나의 편애하는
좋아하는 것에 관해 글을 쓰는 건 기분을 환기시켜 주는 기능이 있다.
이 집에서 특히 좋아하는 공간을 꼽자면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세면실이다. 일본의 집 구조는 (부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욕실 앞에 조그맣게 마련된 세면실 공간을 좋아한다. 이유는 아마도 조명 때문인 것 같다. 집에서 가장 밝은 공간. 처음 이 집에 왔을 때에도 세면실 공간과 그 조명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국에 돌아간 뒤 비슷한 밝기의 조명이 달린 화장대를 찾아봤을 정도였다. 지금도 날씨나 시간대 등등 외부 여건과 관계없이 한결같이 비현실적으로 화사한 이 공간에 오면 기분이 조금은 밝아진다. 단점이라면. 너무 화사해서.. 이따금 작은 먼지들은 '억지로' 무시해 줘야 한다. 안 그러면 하얀 세면대 위에 먼지가 거슬려서 끝없이 먼지 제거만 해야 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이것도 서재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옷장 한구석에 마련된 책이 있는 공간이다. 처음 이곳에 올 때 책은 거의 못 가져왔는데 한국 오갈 때 틈틈이 가져오거나 선물 받은 책들이 모이다 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아졌다. 따로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아늑한 옷장 조명도 마음에 들고 우리 집에서는 거의 나만 가는 공간이다 보니, 프라이빗 한 느낌이 좋아 그냥 이대로 두고 있다. 이 책들 외에는 대부분 전자책에 기대서 지내고 있지만, 전자책은 역시 종이책의 매력을 능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아마도 책은 단순 책에 있는 내용을 습득하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이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한 곳 더 떠올랐다. 끝으로는 이곳에서 보이는 창밖 뷰를 좋아한다. 새벽도, 햇살 밝은 낮도, 해질녘도, 어두운 밤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다 아름다워서 가끔 혼자 있거나 왠지 멍하게 있고 싶을 때 그럴 때 좋다.
좋아하는 공간에 관한 글을 전부터 쓰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놨는데 이제야 써본다. 역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적기는 마음이 다운된 타이밍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좋아하는 것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은 확실히 기분을 한결 가지런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