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그리운 시간
같이 여행 가자. 1박이라도.
차 한잔하자.
꼭 만나. 꼭.
"언제 밥 한 끼 하자."류의 기약 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은데 하게 된다. 진심인데 구체적 일정을 기약할 수 없다. '언젠가'라고 막연한 미래를 기약하기에는 더 이상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지 모른다. 눈에서 멀어진다고 마음에서까지 멀어지지 않을 수 있어도, 다른 세계에 속하면 만나는 일이 어려워진다. 점점. 그리고 점점.
후쿠오카에 온 뒤 연말연시를 처음 이곳에서 보내본다. 모두 그렇겠지만 나 또한 삶의 어떤 시간들을 넘기며 고민이 없었던 때는 드물었는데, 그 고민들은 대체로 예측 못하던 지점에서 벌어졌다. 요즘의 고민도 그렇다. 요즘의 고민은 유한한 시간을 반드시 어떤 장소에서 흘러 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곳의 삶을 좋아한다. 평온하고, 잔잔하며 감사한 이곳의 시간들. 그럼에도 이곳에 있는 시간만큼 필연적으로 한국의 삶이 부재하고, 주어진 시간은 유한함이 안타깝다. 그 부재를 메울 시기를 구체적으로 기약할 수 없음이 실감 나 요즘에는 심난하다. 연말연시라 그런지 속해있는 단톡방을 보며, 박탈감(?)은 심해진다.
오래전 일이지만 거절하거나 유보했던 만남이 떠오르며 후회되었던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란 게 결코 유한하지 않구나, 당연한 듯 다음을 기약하며 유보했던 만남은 어쩌면 오지 않거나, 아주 먼 훗날 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은 후회.
그럼에도 다시 빈말이 될지 모르지만, 여전히 구체적 일정을 기약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생각나는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나는 안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올해는 꼭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