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学校 遠足
아이가 일본 유치원에 다닐 때는 어떻게 주 2회씩 도시락을 만들었나 싶다. 근데 소질이 없어도 어떤 일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몸에 익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초반에는 도시락 요리책을 사고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나중에는 공식에 따라 만들었다. 밥에 후리카케나 김가루 등을 뿌려서 색감을 더해주고 반찬(계란말이 어묵볶음 등)에는 호빵맨 같은 캐릭터가 있는 픽(pick)을 꽂아준 뒤 그 자체로 알록달록한 과일을 담으면 솜씨가 없어도 중간은 갔다. 도시락통도 중요하다. 캐릭터 도시락통에 담으면 그 자체로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도시락을 만들일이 없어졌다. 그러자 도시락을 만드는 스킬은 손에서 사라졌고 익혔던 공식도 잊었다. 이제 도시락은 1년에 한 번 만든다. 소풍날(遠足,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야외에 나갔다 오는 일로 번역된다.). 이미 감각을 잃어버린 일을 다시 하기는 낯설어 며칠 전부터 부담이 앞서지만 그래도 만들어 보았다. 도시락에 진심인 나라라 더 신경이 쓰인다. 일본 소풍 도시락의 기본은 오니기리(おにぎり)지만 나는 아이가 원하는 메뉴를 만든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본 소풍은 도보가 기본이다. 학교 공식 체육복을 입고 집합해 편도 30분~1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공원에 걸어가서 도시락을 먹고(돗자리는 1인용을 준비해서 한 돗자리에 한 명씩 앉아 자기 도시락만 먹는다.) 잠깐 공터에서 놀다가 머물던 자리를 깨끗이 청소한 후 다시 걸어서 돌아온다.
준비물에 관한 지침도 있다. 간식 준비비용은 인당 300엔(약 2,800원)을 넘길 수 없으며, 알레르기 예방을 위해 친구들과 간식을 나눠먹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한 돗자리에 한 명씩 앉아 각자의 도시락을 먹고 간식도 각자 먹고 돌아오는 시스템인 것이다. 재밌을까?
차차 익숙해지겠지만 여전히 소풍의 날이 돌아오면 나는 도시락에 관한 조금의 부담과 더불어 문화의 온도 차이에 낯선 감정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