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혼하자>, 김현경

소설의 쓸모

by 수진

글은 생물(生物)이다. 어떤 글을 보면 느낀다. 써진 글은 그 자체로 생명을 지니고, 놓아두어도 흘러가서 자라겠다고. 누군가의 눈에 띌 수밖에 없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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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왜 읽는가. 내 경우 추리소설이 아닌 이상 결론이 궁금해서 읽지는 않는다.(어떤 책은 줄거리로만 따지면 한 줄로도 요약할 수 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방식의 치밀함, 마음을 파고드는 낱낱 한 심리묘사, 뼛속까지 솔직한 필력이 주는 쾌감, 아직 가닿아보지 못한 곳까지 이르는 깊은 통찰까지. 소설을 읽는 이유는 결국 그것 아닐까.


그러니까 아직 고민이 되고 무슨 선택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들면, 난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결혼은 그나마 미심쩍어도 해도 괜찮지만, 이혼은 안 돼. 결혼이 망하면 이혼하면 되지만, 이혼이 망하면 더 답이 없거든. (중략) 그 남편 막 찍어 고른 거야? 그랬다면 얘기가 좀 다른데, 아니고 나름 심사숙고해서 골랐다면, 내 생각이랑 다른 놈이더라도 그게 바로 내 실력인 거야. 남 탓 할 게 없어. 더 문제는 그 실력은 경험 쌓인다고 딱히 나아지는 것도 아니더란 거지.


그렇게 읽다 보면 빠져들고, 그 글을 읽고자 하는 마음을 막을 수 없는 글들이 있다. 기어이 읽어 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글들. 그것이 글이 가진 생명력 아닐까. 놓아두어도 그 자체로 사람을 강력하게 끌어당겨버리는 힘.

그런 글을 보면 느낀다. 써놓은 글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다고. 마음을 사로잡는 글, 잘 써진 글, 매력 있는 글은 스스로 흘러 어딘가에 가닿고 누군가의 눈에 띄고 자라고 있을 것이기에. '언젠간'이라는 전제가 붙어도 이것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작가의 필력에 끌려 이 책을 놓을 수 없었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해 보니 이 책은 이민정, 김지석 주연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될 예정이고, 작가는 이제 에니어그램(Enneagram,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이자 인간이해의 틀)과 성격심리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며 충분히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다.


덧. 쓰지 않는 시간, 다른 이의 글을 읽으며 느끼는 마음은 쓰지 않는 시간이 주는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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