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로의 초대

내어 줄 수 있는 것.

by 수진

'한국요리(韓国料理)'를 전면에 내세운 요리 교실을 오픈한 적이 있다. (지금도 오픈해 둔 상태다.) 불현듯 무언가 몹시 하고 싶었는데 수강생이 나타나면 당장 시작할 수 있었고, 장소는 빌리면 되니 위험 부담은 없었다. (물론 온라인상의 오픈이었다.) 길에서 '치라시(チラシ, 전단지)'를 뿌릴 용기도, 열정도 없는 나답게 수강생이 나타나면 하고, 안 나타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오픈한 이벤트였다. ※ 사실 이곳의 '한국'을 향한 호기심을 생각하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영업은 승산이 있으리라 예상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가 득세하는 이곳에서 나의 요리교실은 자연스럽게 묻혔고 나조차 잊었다.

그분께 초대받던 날

그 요리수업을 의도치 않게 한 차례 진행하게 된 것은 고마우신 분의 영향이 컸다. 근거리에 분기에 한번 이상은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한국을 매우 사랑하는 분이 계셨고, 그분의 다정한 호의에 힘입어 나는 그분께 한국 요리를 알려주고자 계획했다. 특별한 스킬 없이 조금의 번거로움+긴장만 감수하면 내어드릴 수 있는 것이었기에.

메뉴는 재료만 있다면 실패할 확률이 적은 산적꼬지와 잡채. 장소는 조리실을 사용할 수 있는 시(市)에서 운영하는 교류센터(交流センター)는 예약이 꽉 차 있어 우리 집으로 정했다.

엄청나게 기뻐하며 초대에 응하셨던 그분. 덕분에 서로 업무 시간이 비는 날 함께 점심을 먹고(길거리 토스트와 토마토 스튜를 준비했다.) 한국 요리를 만들었다. 나 개인의 일상, 그렇지만 객관적 시각을 입힌다면 한국인이 사는 집에서 한국 가정식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그분께 선물 같은 시공간이었고, 그분은 양해를 구하며 매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며 무척 기뻐하셨다.

※ 그분의 기쁨과는 별개로 그날 깨달았다. 요리교실을 본격적으로는 못 할 것 같다고. 수강생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수익과 관계없이(무료로 운영할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님을 바로 깨달았다.

부디 빈 손으로 오시라고 말씀드렸으나, 기어이 예쁜 케익을 사들고 오셨다.

그럼에도 소득은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일상 소소한 부분을 내어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시간(비 일상의 즐거움이 있는 '작은 한국')이 될 수 있음이 너무 느껴졌고, 의도한 바는 없었지만, 그 시간이 내게도 선물일 것이었다.

사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결국 '함께한 시간' 그뿐 아닐까. 그래서 아주 가끔 시간을 내어 나의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 어쩌면 그 일은 지속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 쓰다 보니 반짝 떠올랐다. '잠깐의 한국 체험' 이런 프로그램은 어떨지. 이전의 일본 내 상황이나 다른 지역은 모르겠으나, 이곳은 감사하게도 '오! 한국인?' 하며 호감으로 바라봐 주는 시선이 많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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