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어서
연말연시를 아무런 동요 없이 보낼 수 있을까.
시간의 흐름을 타고 출렁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 역시 많은 영향을 받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반가운 얼굴들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날들이었다.
가지 않은 길을 바로바로 기억에서 지울 수 있다면 삶이 덜 무거웠을까.
가지 않은 길을 자주 돌아보는 나는 일본에 오지 않았던 나의 삶은 어땠을까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과는 여러 가지 다른 부분들이 있겠지만, 장점을 꼽자면 (사람의 풍요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 특히 아이의 소중함을 이만큼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가족들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감각하며 보낸 연말이었다. 함께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요리를 나누던 시간들. 그런 연말연시를 보냈다.
"어른이 되고 싶다."
그 시간들을 관통하며 느꼈던 생각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며 해야 할 말을 하는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명확하게 아는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
그렇게 보면 세상에 거저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나이를 먹을 수는 있어도,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될 수는 있어도 아무 노력 없이 진정으로 내면까지 그 위치에 요구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설령 한 순간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어도, 계속 그 역할을 하며 살 수 있을까.
가끔은 생각한다. 다른 이의 인생은 평탄히 흘러가는 것 같은데, 왜 나의 내면의 파도는 끊이지 않는지. 어쩌면 나는 아직 나 자신과 불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과 잘 지내는 사람이 다른 이에게도 편안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럼에도 다시 생각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완성에 이를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어른이 되고 싶다고.
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쉽지 않은 날들이 찾아올 수 있겠지만,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그런 날이 찾아올까 두렵지만)그래서 긴 삶을 겪어낸 이들이 그 자체로 대단하게 느껴질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부디 내 몫의 삶의 시간을 허락된 날까지 잘 살아내고 싶다고. 부디.
어쩌면 그저 살아낸다는 그래서 삶을 견딘다는 표현은 옳지 않을 것이다. 그저 고난뿐인 길이라면, 그저 혼자 걸어야만 하는 길이라면 견딜 수 없겠지만, 삶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며 함께 걷는 이들이 존재함을 알기에. 필히.
그것이 살아가는 모두의 숙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