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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에 관하여.

by 수진

내게는 몇몇 관심 깊은 주제들이 있다. 사랑 우정 만남... (생각해 보면 모두 관계에 관한 것들이다.) 그리고 커플, 나아가 거기서 확장된 결혼. 그것들은 언제나 나의 관심사였다.

그는 누구를 만나는가. 그 자체가 나는 흥미로웠다. '오. 저런 분을 만나는구나 역시.' 혹은 '의외인데' 때로는 '엥?(;;)' 싶으면서도 내가 알던 이에 관한 이해가 넓어지는 부분도 흥미로웠고, 커플사이의 케미와 비주얼 합을 지켜보는 일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가 만나는 상대를 보면, 몰랐던 그의 다른 면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주변 커플들을 예로 들면 상남자 포스의 남자와 여성미가 철철 넘치는 이웃집 부부, 화끈하고 사교적인 아내와 과묵하고 무뚝뚝하지만 어딘가 따뜻하고 귀여운 남편으로 구성된 노부부, 남들과 한끝 다른 패션을 추구하는 남자분과 만만찮게 개성 넘치는 와이프. 여리여리 가냘픈 여자와 비주얼적 결이 다른 남편(굳이 분류하자면 미녀와 야수?). 언어적 티키타카가 활발한 부부, 언뜻 공통점이 없었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과연'이라고 수긍할 만했던 커플 등등.

그는 누구를 만나는가는 그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었고, 그렇게 커플 간의 케미와 비주얼적 합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웠다. (우정의 영역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리라.)

비슷한 맥락에서 나의 결혼생활에도 스스로 흥미가 많다. 과연 결혼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와 결혼했는가. (누구와 결혼했는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미혼시절 막연하게 결혼은 사랑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결혼은 언제나 내겐 사랑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결혼을 했다. 느낌에 충실해 느낌이 오던 사람과. 고려했던 것 중 하나는 당시의 비주얼적 합 정도일까. 지극한 미세함에 사로잡혀 내디뎠던 결혼. 그때는 몰랐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진실로 그것은 머나먼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결혼 10년 차. 나는 결혼을 다시 정의한다. 결혼은 물론 사랑의 영역이지만, 그 너머 관계의 영역이고 나아가 삶의 영역이자 인생의 영역이라고. 결혼생활에 몸담고 있는 시간 동안 결혼은 나의 세계 그 자체 아닐까. 어떠한 왕도도 눈속임도 통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삶을 온전히 갈아 넣어야만 비로소 지속하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결혼 아닐까. 어떠한 상대를 만나 어떠한 결혼생활을 할 것인가. 그것은 마침내 '어떻게 살 것인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결혼은 마침내는 삶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것이 한끝 특별한 이유는 케미였다. 나의 미성숙함과 상대의 미성숙함이 자주 부딪치지만, 때로는 그 케미 덕분에 제3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것. 제3의 길이 베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미성숙함으로 상대를 상처 입히기도 하지만 가끔은 성숙할 수도 있다는 것.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나뿐만 아니라 상대도. 각각. 때로는 서로로 인해. '나로 인해 상대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해 주고 싶다.'까지의 그릇을 가진 사람은 못 되지만 의도치 않게 상대를 성숙시키는 부분이 있고, 상대로 인해 나아지는 부분도 있기에 결혼생활의 케미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결혼은 무엇인가. 사는 일은 무엇인가. 이제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잘 모르겠지만 사는 날동안 쭉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덧. 삶은 현재 진행형이고 가변적이라 이 마음 또한 바뀔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오늘의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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