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기장료 조정

술술이 세무사 이야기

by 술술이세무사

매년 2월은 기장료를 조정하는 달이다.


'기장료 조정'이란 보수표와 비교하여

매출이 증가한 거래처는 기장료를 인상

매출이 하락한 곳은 기장료를 인하하는 것이다.

글로 쓰면 너무나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일주일 전부터 소화불량과 불면증이 찾아온다.


기장료 인하

인하를 반대할 거래처는 없기에 어려움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곧 내 매출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앞으로 나갈 인건비와 월세를 떠올리면

눈물을 머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기장료 인상

거래처에 작은 선물이 되는 인하와 다르게

인상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려운 일이다.

'술술이 세무사 사무소'는 보수표에 따라,

연 매출 1억 원 미만의 업체의 경우 월 8만 원(부가세별도), 1억 원 이상시 월 10만 원의 기장료를 받고 있다.

만약 8만 원에 계약한 업체를 10만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면 결과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 수락

둘째 - 논의

셋째 - 이관


첫째는 우리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 것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둘째는 거래처의 여러 사정을 듣다 보면 결국 동결로 마무리된다.

세 번째 이관은 거래처에서 세무사 사무소를 바꾸는 것으로,

2만 원을 올리려다 8만 원이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좋은 마음으로 매출이 줄어든 거래처의 기장료를 인하하다가

정작 올려야 할 곳을 올리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이관이라도 된다면 차라리 하지 말 걸 그랬나 하는 후회마저 든다.

이래저래 기장료 조정은 어렵기 그지없다.


인하업체는 슬쩍 넘어가고,

인상이 필요한 곳 중에서도 착하고 어수룩한 대표님만 골라서 안내하는 것은 어떨까?

나 역시 인간인지라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믿고 맡겨주셨던 모습을 떠올리며

돈은 못 벌더라도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그 결과 이번 2월도 보수표라는 원칙에 맞춰 거래처를 가리지 않고 기장료를 조정하는 중이다.




이번에 안내할 거래처는 업체사정으로 2년 넘게 기장료를 동결하고 있는 곳

6년 가까이 세무를 맡기고 있기에 돈에 예민한 그 성격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반드시 2만 원을 올려야 한다.


'올해도 동결한다고 해?'


쉬운 길은 언제나 편하고 달콤하다.

현재 기장료는 12만 원

2만 원 올리려다가 12만 원이 사라지면 그 손해는 2만 원씩 6곳을 올려야 메워진다..


한참을 망설이다

떨리는 손으로 기장료 인상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울리는 카톡 알람.



6년이란 세월을 무색하게 만든 2만 원..

결과는 '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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