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리뷰
(이전에 쓴 『여고생』 만화 프리뷰를 먼저 읽어주세요.)
『여고생 Girls-Live』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에 대하여 ‘19금 만화지만 여고생에게 읽히고 싶다’라는 괴상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고생을 순결하거나 순수한 소녀로만 대상화하지 않고, 여성 작가가 그 실체를 있는 그대로 그려낸 걸출한 ‘여성 만화’이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우리나라 만화 『도대체 여고생이 뭘 했다고』를 재밌게 읽었기에, 『여고생』도 이것과 비슷한 만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 만화가 19금인 이유는 야해서가 아니라, 성적인 소재(개그)를 적나라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음담패설’로 번역되는 일본의 시모네타(下ネタ)가 잔뜩 들어간 개그 만화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시모네타가 신선해서 재밌긴 했다. “파운데이션의 색을 알게 된다…. 그건 유두의 색을 드러내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개그는 충격적이었다(도대체 뭘 먹었길래 이런 생각을?).
꽉 끼는 브래지어나 팬티에 불편함을 느낀 주인공이 ‘나체부’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속옷 반대 운동을 벌인다든가, 남자의 망상만 반영된 성인용품에 의아함을 느끼고선 ‘바이부’를 만들어 여자를 위한 궁극의 바이브레이터를 만든다든가(당연히[?] 주인공은 여고생이다), 만화에는 여성 독자가 공감할 만한 성적인 이야기가 어느 정도 담겨 있다.
영화 채널 씨네프(CINEf)에서는 여성 감독이 연출했거나, 여성 작가가 각본을 썼거나, 여성 캐릭터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 영화에 F등급을 부여한다. 『여고생』은 여성 작가가 그린,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성에 대한 만화이므로 ‘트리플 F등급’을 달성한 만화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당하게 이 만화를 진짜 여고생에게 추천하기는 망설여진다. 일본 만화(특히 남성향 모에 계열)에 나오는 전형적인(지나치게 성적으로 대상화된)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빻은 부분이 너무 많다.
가정을 지키는 여성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하기 위해 ‘여자력’이 높은 친구로부터 가사의 사시스세소(さしすせそ: 재봉, 예의범절, 취사, 세탁, 청소)를 배운다든가, 여고생들이 남성 담임교사를 ‘에로스’적으로 기쁘게 하려고 반 전원이 막 신었던 따끈따끈한 양말을 생일선물로 준다는가(“여고생 붐이었을 때는 에로샵 판매가격이 1족에 1500엔!”), 여러모로 문제적인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여고생 Girls-Live』는 나름 재미도 있고, 공감이 갈 만한 부분도 있지만, 내용이나 그림 표현이 전반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다. 음…, 역시 여고생에게 추천하긴 어렵다. 나를 포함하여, 10~20년 전부터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을 접한 소수의 덕후들에게나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