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치론 進治論 (정치철학) -2

•공동체의 형성

by 김수렴

의식이 대립을 통해 변증적 단계를 거쳐 나아간다는 관념론의 단편적인 신화는 무의미하다. 개별 본질이 보편으로 확장하고 절대로 이르기까지 축적하는 과정에서 본질 이면에 아울러 놓여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들의 희망이 품긴 존재를 향한 원초적 순환이 우리네 생활세계에서 성찰과 숙고라는 더할 나위 없는 행동으로 보다 근원적으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자기 유지와 보전을 위해서 확장뿐 아니라 원천의 차원으로의 자기 기초 너머로 가는 회귀를 통해, 지나간 의식인 경험과 잠재적 의식으로서 가능성을 총망한다. 이 조망 대상에 대하여 재정렬 및 재정립 등의 반성을 통해 흩어진 존재성 이하 한 묶음의 전체 본질 체계를 자유로운 주관의 본질에서 본질 간 모순 및 배치 상태를 해소시키는 등의 재구성을 수행한다. 칸트가 말한 도덕적인 실천이성에 관한 근원이 도덕적으로 완성된 절대적 인자로서 신이 처음부터 요구된다는 지론을 넘어 순수 자체적 형성의 새 요인을 내포한다. 그러나 의식이 일으키는 본질-운동과 진존-운동의 상호적이고 신축적인 과정만으로는 관념, 도덕의 객관성 즉 온전한 정의의 규칙이나 법을 도출하지 못한다. 여기서 객관이란 비-자기동일성의 본질이다. 관념에 있어선 순수 주관의 오성적 운동으로도 가능하나 옳음과 정의를 다루는 도덕에 한해선 주관의 운동만으론 한계가 있다. 도덕의 객관성 충족 문제는 제 시원으로 파고들어 간 주관이 스스로 재정립하는 진존-의식 형성 결과에만 천착할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이기에, 자율을 억압하지 않는 여건에서 행위 준칙이 외재의 규율 장치 등과 괴리하지 않도록 통일적 대안을 귀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타 주관을 이후 설득하기 어려울뿐더러 사적인 쾌락이나 만족에 행위 전반이 치우쳐, 엄정한 자기 장치를 개설하지 않는 이상 자체적으로 내적인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의 충만을 위한 시원적 성찰 또한, 정체와 지체에 취약해 긴 지연착륙으로 끝날 수밖에 없으며 억지로 착륙터라도 본래 존재가 느끼던 결핍된 심상으로 환원하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해체 못하여 불온전한 행위 준칙을 구성해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을 벌일 우려가 방치되기 때문이다. 소통과 공영을 통한 공적 구성을 충족해야만 준칙을 정의로운 공리라고 삼을 수 있다.

진(眞) 본질의 인류는 무한히 엮여 놓이는 다른 형태의 가능성 사이 경계로부터 실체화된 가(假) 본질에 해당하는 현상과 세계, 진본질 자체이면서, 많은 가능성 중 본인과 다른 주체 곧 여태까지 다른 가능성을 규정해 형성된 다른 의식 주체 즉 다른 삶을 영위하는 또 다른 자연인들과 배치되면서 주-객 통합의 자기동일성에 대해 홀로 주관의 능동적인 현현을 통해 만들어나갈 때 객관을 향한 개척의 작업에 장해가 종종 생긴다. 현상의 경우엔 관념의 형태로 가-본질을 하나로 모아 보편화하고 각자 서로가 가진 본질적 요소를 각자의 권리나 의무의 형태로 부과하는 상호계약 등의 방식으로 개인들의 보존-진보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타 본질에 관한 상호관여라는 특수한 형태의 본질-운동이 성립된다. 상호 주관 간 관여로 이루어진 교집합적 본질 사이 즉 관계성 내지 ‘사회’, ‘집단’, ‘집단의식’은 공동 합의로 함께 이해를 이루어 공공성을 낳으며, 저촉의 시간보다 타 주체의 진본질이 함유하는 객관성을 둘 이상이서 공통적으로 확보한 규모의 정신이 그 관계를 통해서 갖추어진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해가 좌절됐다면, 서로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그저 양립하는 형태의 대립-평행적 관계성만이 남는다. 그렇기에 이해를 시도하는 과정에선 집단의 본질을 잠재적으로 불완전하게나마 이룬다고 간주할 수 있지만, 철회란 결과에 따라선 그 본질을 주제로 하는 관계에 한해 집단은 아니게 된다.

주관들과 함께 객관성이 결부된 관계성의 공공성은 필요에 의해서 현상세계선 성문법, 불문법의 형식이 사용되는 ‘법’으로서 실재한다. 주관이 자체 본질-운동 또는 성찰 등의 진존-운동을 통해서 내적인 규율을 정립시킬 수 있다고 볼 때 입체적인 의식을 통해서 종적으로 확립한 도덕적 주관성의 내적 규율과, 이에 저촉하는 비-자기동일성의 객관적인 요소로서 또 다른 도덕적 주관성에 대립하나 합의를 통해 통일하여 이루며 등장하는 새 공공성으로서 인륜성의 집단을 살펴보았다. 입체적이고 실존적인 자연인 사이 상통하는 공동법을 현상하는 관계성으로서 집단정신을 밝혀내는 신-공동체이론의 가능성을 이 기회에 규정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