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계 신병법』 I. 승전계 2항

제 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 (2)

by 김수렴

먼저, 하늘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넌다는 사자성어의 뜻말을 풀어봅시다. 바다와 하늘의 관계는 어떻죠? 동굴을 제외하면 넓은 망망대해의 바다는 항상 하늘과 대면하고 있습니다. 푸른 바다에서 푸른 색깔은 바다와 맞닿아 있는 높고 넓은 하늘의 푸른 색깔이 비친 거죠. 바닷물은 물론이고 모든 물은 원래 투명하니까요.

이처럼 우리가 푸른 바다라고 여기는 바다만의 정체성과 같이, 바다와 하늘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모두 매우 넓다는 공통점을 가지면서 동시에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다의 절친인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뭘까요?

바로 하늘의 눈이 미치지 않는 바다 안으로 잠수해서 이동하는 방법입니다! 만천과해瞞天過海의 단상이죠.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가진 일등 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노키아를 시장에서 제치는데 성공했죠. 방법은 첫 번째로, 여론 홍보를 통해서 적의 방심을 부추겼습니다. 다음으론 은밀하게 아이폰 가격을 저가 조정해 시장에 침투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의 고유한 UI기능, 신 운영체제를 부각하여 시장의 독보적인 새로운 우위점을 가져왔습니다. 2024년인 지금까지 유지 중이죠.

단적으로 볼 때 노키아는 일등 기업으로서 물리적인 우위에 있었죠. 그런데 여기서, 시장에서의 물리적 우위는 총과 칼이 오고 가는 전쟁에서의 물리적 우위와 다릅니다. 시장은 전쟁터의 일차원적인 자원을 쟁탈하는 고정적인 전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사고 파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고 실물권이나 금융권 등 다툴 영역이 많으며 보다 다차원적인 복수의 자원들을 다루기 때문에 더 유동적인 전장이라고 봅니다. (전쟁터와 시장터의 차이)

보통 실제 전쟁터에선 병력, 무기, 물자 등 물리적인 우위를 점한 쪽이 열세인 적을 계속 에워싸 공격하는 흐름으로 굳혀집니다만, 시장터에선 우위를 점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유동적이기에 경쟁 기업들의 공세로부터 언제든지 취약해지고 뒤쳐질 수 있습니다. 심리 전략도 더 잘 먹히고요.



다시 돌아와 노키아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노키아는 일등 기업의 자리를 애플에게 내주기 전까지 기존 몇 년간은 일등 자리 수성에 전념했었습니다. 블랙베리와 모토로라 같은 회사들의 공세로부터 '고유 기술 기반 전략'이나 '비용 관리 전략' 으로 다소 지키는 방향의 전략들을 가지고서 일등을 유지했습니다. 방어에만 집중했죠.


인지심리학에선 어떤 절차를 실행하는 규칙을 처음으로 생각하고 의식하는 인지단계(cognitive stage)를 거쳐서 여러 상황과 연결하는 경험 축적의 단계(associative stage)까지 이어지면, 이 절차 규칙을 일일이 의식하지 않고 적용하는 자동단계(autonomous stage)에 이른다고 말합니다. 노키아의 방어 전략은 습관이 되어 의식의 지식에서 무의식의 지식이 된거죠. 당면한 상황을 곧바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전략 아닌 전략' 으로 변질했습니다. 바꿔 생각해볼까요? 우리가 먼저 상대의 전략이 의미를 상실하게끔 이렇게 심리적으로 조작한다면요? 다시 말해 상대가 그 전략만 쓰도록 우리가 학습시킨다면요?


네. 제 1계 만천과해 전략은 상대가 반복적인 행동을 하도록 판을 짜서 심리전의 우위를 챙기고 바탕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놀라운 아이디어입니다. 상대의 핵심 전략을 계속 무의식으로 가둔 다음에 상대의 문제 인지 임계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으로 은밀하게 결정적인 공격을 착수하세요. 이제 일상에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전략의 공식을 남겨보겠습니다.



제 1계 만천과해瞞天過海 공식

1. 상대가 짤 수 있는 가능한 전략을 파악하거나 예측하세요. (Ex. 일등 노키아가 경쟁 기업들로부터 자리를 지켰었던 '고유 기술 기반 전략', '비용 관리 전략' 등)

2. 상대의 현재 전략과 잠재 전략이 예상된다면 그 예상한 전략을 상대가 선택하는 요인들을 파악하세요. (피쳐폰 만드는 노키아의 독자적 기술, 비용 최소화 통한 순익 극대화, 경쟁 기업들을 물리친 경험)

3. 상대의 예상 전략을 선택하는 요인들로부터, 허수아비 전략을 만들고 허수아비를 상대에게 노출시켜요. 노출은 반복될 수록 시간이 쓰여도 더 효과적입니다. (애플의 여론 홍보, 기존 경쟁업체와 비슷한 정보들을 누출)

4. 상대가 속고 있다는 확신 즉, 상대가 그 예상 전략을 유지할 것 이라는 정보를 확실히 얻습니다. (노키아 CEO의 아이폰 평가)

5. 이젠 진짜 전략을 발휘합시다. 상대는 대응하지 못하고 질 것입니다. '심리적 열세'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전략도 허수아비 전략과 비슷할수록 더 효과적입니다.(통신비 협약 통한 저가 조정 이후 제품 출시)

하늘은 모두 실체가 없는 공기 덩어리라는 사실을 잊지마세요. 바다를 건너는 일은 이 사실을 깨달은 다음의 일입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