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항 글에 이어 써보겠습니다. 홍 사장을 포함한 회사의 대표단은 부서의 상태를 꽤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김 부장과 유 과장 사이의 불화를 사소한 관계 문제로 간주했을 뿐인 거죠. 수년간의 불화가 기업의 성과 전반에까지 영향이 가해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실적 발표일로부터 두 달 전, 5개년짜리 실적의 데이터를 통계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한 개의 그래프가 대표단 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일이었습니다.
- "제품들이 예전보다 먹혀들지 않고 있소. 판매하는 영업 부서의 탓이 아닌 걸로 보오. 내리막 초기 단계를 지나 중간 단계부턴 가파르면서 다시 원하던 목표 성과치에 가까이 다다르고 있소.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획안 하나 안에 쓸데없는 홍보, 시장 접근 전략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거요."
-"역시 마케팅 쪽 책임이군. 보아하니 거긴 사람들 손발부터 안 맞다던데. 책임자 간 내분이 있다고 했나?"
-"진작에 이렇게 통계화했어야 했는데, 책임을 물어서 주 요인들을 잘라버립시다."
-"회사 규정상 성과 저조만으론 자르기 어렵소. 자르더라도 법조인과 손 잡고 이건 부당해고니, 정관 규정 외의 부당한 자의적인 조치라는 등 항의하면서 노동청에 이르면 우리한테 위협이 될 수 있소. 안 그래도 요새 안 팔리는 회사인데 이미지가 악화되면 더 안 팔릴 것이오. 코 안 풀고 그들을 없앨 묘안이 있다오."
상하, 갑을 관계는 일상에서 너무 만연합니다. 회사, 군대, 감옥, 가정 등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이라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인간관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권력을 '미시권력 micropower'(미셸 푸코)이라고 부릅니다. 필요에 따라 서로를 지배하고, 선 넘는 자유를 통제해서 조직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힘입니다. 사적인 힘이죠. 반면에, 법이나 회사 규정처럼 모두가 정해 놓은 조직의 통제적 힘은 '거시권력 macropower'입니다. 주관적인 힘을 초월하는, 보편적이고 공적인 힘이죠. 술을 조금 마셔도 차를 몰지 못하는 건, 양심도 있겠지만 시민들의 입을 모아서 만든 형법의 보편적인 압박력이 존재하는 덕분입니다.
[Paul-Michel Foucault]
대표단은 미시권력 자체의 물적 우위와, 그로부터 파생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심리적 우위를 가졌습니다만, 본인들의 미시권력을 넘어서는 힘들을 경계합니다. 대결 상 미시권력의 우위를 가지고서 열세인 상대를 성과 저조의 징계 사유로만 해고할 때에 역으로 당할 수 있는 역공의 힘들이죠. (법적인 힘, 시장의 수요력) 결과적으로 별 탈이 없게 대응하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겁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거시권력의 변수'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사례에서 본 거시권력의 변수와 같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공격, 다시 말해서 변수에 따른 손해가 있는 공격 보다 손해 없는 공격이 더 나을 것입니다. 방어하는 상대의 수비력과 지키려는 신경을 분산시켜 섬멸하여 공격의 효율을 증진하는 위위구조囲魏救趙와 같은 맥락이죠. 이는 승전계를 관통하는 공리이기도 합니다.
차도살인借刀殺人계는 자기 자원과 시간을 가능한 들이지 말고 다른 세력과 사람과 같이 타 주체의 힘을 통해서 손해 없이 섬멸하라는 매우 직관적인 전략입니다. 손해가 없으면 우위의 유지가 더 쉽고 이를 바탕해서 상대를 이기거나 목적을 이루는 데 더 수월해지겠죠. 상식적이라 전혀 어려운 설명이 아닙니다. 더 이상 쓸 내용이 없네요.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 공식
1. 힘이 상대보다 우위에 확실히 있는지 파악하세요. (인사권한 등 기업 대표단의 미시권력 우위)
2. 대결의 상대를 이기거나, 대결의 목적을 이루는 전략들 중에서 다른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가장 먼저 파악하세요. 전략 계산의 우선순위에서 앞섭니다. (당사자의 고발 유인 - 도덕적 해이에 따른 해고)
3. 본 전략을 구성하는 전술들을 고안합니다. 동시에, 전략의 실현가능성과 손익성을 평가하세요.
(김 부장과 유 과장의 성향 파악, 성향 바탕의 행동 유도, 양심 자극과 신뢰감 조성 기술 // 유 과장은 우유부단하지만 권위와 환경에 잘 휘둘리는 성향이므로 전술 통한 실현가능성이 높고, 도덕적 해이 징계에 따른 정당한 해고이므로 거시 권력의 변수로부터 위험이 적다. 또한, 다른 힘을 활용하는 전략이므로 공격의 효율은 높다.)
4. 추진합니다. (김 부장, 유 과장 이중 징계 통한 정상 해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이 알려져 있습니다. 남의 칼이 더 좋다는 이야기도 곧 만천하에 퍼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