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코칭: 질문을 통해 생각을 끌어내는 법
지난 글에서 AI를 잘 쓰려면 내가 먼저 잘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 생각이 명확해야 AI에게 명확하게 전할 수 있고, 그래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요.
그런데 솔직히,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를 때가 있지 않나요?
저는 커플 검사 서비스를 만들면서 방향을 못 잡겠는 순간이 있었어요.
리포트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어떤 톤으로 전달해야 할지, 머릿속이 안개 낀 것 같았습니다. 혼자 고민해봤는데 생각이 뱅뱅 돌기만 했어요. 이것도 맞는 것 같고, 저것도 맞는 것 같고.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고요.
보통 이럴 때는 누군가한테 이야기하면서 정리하잖아요. 친구한테 "나 요즘 이런 고민인데"라고 말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될 때가 있죠.
그때 문득 생각났어요. AI한테 해보면 어떨까?
"나한테 질문해줘"
AI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지금 이 프로젝트 방향을 못 잡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거든. 나한테 질문해줘. 내가 답하면서 생각 정리할 수 있게."
AI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예요?"
음... 생각해봤어요. "커플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사용자가 리포트를 다 읽고 나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해요?"
"음... '아, 우리가 이래서 그랬구나'라는 이해? 문제를 발견했다는 느낌보다는, 서로를 알게 됐다는 느낌이면 좋겠어."
"비슷한 서비스 중에서 참고하고 싶은 게 있어요? 있다면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요?"
"MBTI 궁합 같은 건 너무 가볍고... TCI는 너무 무겁고... 그 중간?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질문에 답하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AI와의 인터뷰는 참 신기한 경험이었는데요.
혼자 고민할 때는 안 떠오르던 것들이 질문을 받으니까 나오더라고요. "이 프로덕트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뭐야?" 중요한 질문이긴 한데 막상 기획하다보면 잊고 지내기 쉽거든요. 그냥 막연히 '좋은 서비스 만들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일하게 되지요.
AI는 저 대신 생각해준 게 아니라 제 안에 있는 답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았어요. 내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의식하지 않았던 생각을 끄집어내는 질문을 던졌을 뿐이에요.
"아, 내가 이걸 중요하게 생각했구나." "이건 싫었던 거구나." "이 방향이 맞는 것 같구나."
질문에 답하면서 흐릿했던 것들이 선명해졌습니다.
저는 코칭심리사 수련도 진행중인데요. 심리학 기반의 코칭에서는 오래된 원리가 있습니다. 좋은 코치는 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썼던 방법이기도 하죠. 답을 알려주는 대신 질문을 통해 상대방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것입니다.
AI가 이 역할을 의외로 잘합니다. AI는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사람한테 고민 상담을 하면 "그건 이렇게 하는 게 낫지 않아?"라는 조언이 먼저 나올 때가 있잖아요. 물론 좋은 의도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는 방해가 되기도 해요.
AI는 제가 요청한 대로 질문만 합니다. 지치지도 않아요. "꼬리 질문 계속 해줘"라고 하면 진짜 계속합니다. 제가 "됐어, 이제 정리됐어"라고 할 때까지 질문을 끝내지 않습니다. 주변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아이가 "엄마, 아빠, 이건 뭐에요? 왜 그런거에요? 왜요? 왜요?" 끝없이 질문하듯이요.
혹시 저처럼 프로젝트에 갈피를 못잡고 있을 때는 이렇게 해보세요.
"나한테 질문해줘"만 던지면 AI도 뭘 물어야 할지 모릅니다. 맥락을 조금 주면 좋아요.
"나 이런 프로젝트 하는데 방향을 못 잡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질문해줘."
혹은 이렇게요.
"내가 답하면 꼬리 질문 계속 해줘. 내가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핵심은 AI를 "답 주는 기계"가 아니라 "질문하는 파트너"로 쓰는 겁니다.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을 때가 많거든요. 다만 꺼내는 게 어려울 뿐이지요.
이번 글로 첫 번째 챕터를 마무리합니다.
지난 네 편의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AI는 목적을 모릅니다. 그래서 "만들어줘"만 던지면 감각적으로 어긋난 결과물이 나와요. 목적과 맥락을 말해주면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 생각도 명확해져요.
나도 모를 때는 AI에게 질문을 부탁하면 됩니다.
결국 "AI와 함께 생각한다"는 건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거에요.
자, 다음 Chapter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AI는 내 안에 있는 답을 끌어내는 질문은 잘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건 여전히 어렵더라고요. 문제를 푸는 건 AI가 잘하지만, 문제를 정의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에요.
그 이야기를 다음에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