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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Jan 08. 2023

야간 근무자지만 주간 출근입니다

  "저…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13시부터 근무인데 9시까지 오라는 문자를 받아서요."


  곧 정정문자가 올 거라는 기대와 달리 몇 시간 동안 아무 연락이 없자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먼저 연락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출근 안내 문자가 오지 않는다고 연락하자마자 문자를 받았기 때문에 급하게 보낸 터라 실수가 있었던 거라 생각했다. 담당자는 확인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고, 퇴근 시간쯤 연락을 받았다.


  "우리가 주간이랑 야간을 같이 뽑아서, ○○○씨 맞으시죠? ○○○씨는 9시까지 오시면 돼요, 9시."


  내가 본 면접은 도서관 연장개관으로 인해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근무하는 계약직 사서였다. 심지어 주간 근무자를 채용한다는 공지는 본 적도 없다. 나는 시에서 뽑은 정규직 근무자가 도서관에 새롭게 배정되었고, 도서관에서 같이 안내를 하다가 실수가 있었으며, 지금의 안내도 잘못된 것 혹은 교육시간이 따로 있는 것일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먼저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어쨌든 나는 첫날 9시 전에 도착했다.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내가 누구인지 알고 하는 말일까 궁금했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어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계약서 서명 후 나는 소파에서 다시 대기했고, 오안내로 집에 가게 될까봐 기다려달라고 부탁한 아빠를 먼저 보냈다.


  "야간 4명을 뽑았는데 우리 도서관이 야간에 4명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어서…. 혹시 오전에 무슨 일 하세요?"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팀장님과의 갈등이 아니었다면 나는 2주간 오전에 이전 근무지로 출근했어야 했지만, 이제 그건 지나간 일이다. 설명의 요지는 시에서 배정한 4명의 야간 사서를 도서관에서 임의로 주/야로 구분해 근무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출근 전이나 면접 때 알려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친절함은 없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은 여러모로 열악했다. 야간 근무자를 주간에 돌리지 않으면 3일 동안은 오전 3시간 동안 정규직 사서 혼자 데스크를 보며 행정업무와 행사 관리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야 처음 하는 일이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기존에 이미 이 일을 해봤던 경력자들은 야간에 2명이 일한다고 생각하고 입사했는데 예상보다 업무강도가 높아진 꼴이 되었다.


  내 입장에서의 불만이라면 주간에 일하든 야간에 일하든 어쨌든 생활패턴이 정해지면 좋을 것 같은데,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였다. 지금 정해진 것은 주말근무 순서 정도다. 같은 자료실에 배정된 분은 손해를 조금도 보려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근무할지에 대해서는 일단 근무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한 뒤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다.


  그가 적극적이었던 것은 주말근무 순서였다. 도서관은 주말에 문을 여는 곳이라 한 주는 주말에 모두 근무하고, 다른 한 주는 쉬는 방식으로 격주 근무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는 예전에 근무했던 도서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근무주간에 설 연휴를 넣어 한 주 쉬려는 꼼수를 부리려다가 그때는 제외하고 다시 순서가 배정된다는 이 도서관의 방침에 적잖이 당황했다.


  다음 날 그는 자격증 시험 핑계를 대며 주말근무 순서를 다시 바꿔달라고 말했다. 자격증 시험을 얼마나 자주 치길래, 자격증 시험이 공교롭게로 격주로 있는 건가? 그냥 그때만 바꾸면 되는 일인데 굳이 순서를 바꿀 필요가 있을까?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묻지 않았다. 내게 주말 근무 순서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1월 한달 동안 나는 주간에 일한다. 아직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생초짜 사서이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 어떻게 근무하게 될지는 1월이 끝날 무렵에야 결정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주간근무자로서의 삶이 익숙해서 계속 이렇게 근무했으면 좋겠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주간에 일을 하든, 야간에 일을 하든 뭐가 중요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야간에 근무하면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힘들다는 것, 주짓수를 시작하기 힘들다는 것, 뭐 그런 정도의 사소하다고 하면 사소한 취미의 영역이다. 듣고 싶은 특강이 있는 날에 하필이면 주말근무가 있고, 듣고 싶은 강의가 매주 평일 낮에 하는, 직장인에게는 늘상 있는 정도의 불편함이다.


  나빠져 봐야 그다지 크게 나빠질 것도 없다.

  그러니 고민하지 않겠다.

  어쨌든 나는 야간근무자지만, 현재 주간 출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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