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론 (唯我論, Solipsism)
If a tree falls in a forest and there's nobody around, does it make a sound?
만약 숲 속의 나무 하나가 쓰러졌는데 아무도 그걸 몰랐다면,
그 나무는 쓰러지는 소리를 냈다고 할 수 있는가?
철학의 역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유아론 즉 존재의 '있다, 없다'이다
이는 경험파와 인지파가 여전히 철학계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는 화두인데
2024년 모완일 감독의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The Frog)에서 막의 시작과 끝에
배우들의 내레이션으로 항상 던져지는 문장이 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UGy8fkGmMw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타이틀 화면 속 효과음은 개구리며
텍스트 디자인도 'ㅇ'속 눈이 보인다
또한 극 중 윤계상 (구상준 역)의 대사 중
"경찰관님은요, 개구리가 되지는 마세요"라는 대사가 눈에 띈다
이렇듯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연출 속 장치들은 모두 유아론을 화두로 던지고 있다.
https://www.youtube.com/shorts/RaPt_oyl1l0
유아론(唯我論, Solipsism), 독아론(獨我論) 또는 주아론(主我論)은
세계에 오직 자신만이 실재하며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은
자신이 시각, 청각 등 감각으로 받아들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유아론에 따르면, '자아를 갖고 생각하는 자신' 이외의 타인이나 물건들은 모두
그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감각이 만들어낸 내 자아 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인지 알 수 없다.
한자를 풀이해 보면 '오직 유(唯)', '나 아(我)'이다.
유아론은 과학이 아닌 단순한 사유(思惟)이므로 반증이 불가능하다. 인간이 체험하는 모든 경험은 자신의 감각 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극이 전기화학적 회로를 통해 뇌로 전달되는 것이므로, 감각을 벗어나 유아론을 긍정하는 증거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약'이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최후의 질문》에 등장하는 하이브 마인드와 같이, 차원의 계(界) 그 자체를 깨뜨리는 수준의 정보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물음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둘러싼 세계'와 '자기 자신'의 관계에 대한 물음은 고대 그리스 이후로 철학자들에 의하여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며, 평범한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해 보는 상상이기도 하다.
2010년대를 전후하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통 속의 뇌' 같은 글도 유아론적 사색의 하나다.
종교에서는 불교의 진리가 이 철학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석가모니는 평생에 걸쳐 무아(無我)를 설파하였으며, 이것은 대승불교의 경전인 '반야심경'의 정수인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는 유명한 구절에 담겨있다. 곧 그는 감각기관의 자극뿐만 아니라 그것을 인식하는 의식과 자아까지도 모두 공(空)하다고 보았다.
즉 자아라는 것도 모두 연기(緣起)한다고 보았다.
중국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의 그 유명한 호접지몽 이야기도 유아론적 사색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024)
The Frog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의 평점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영상미와 배우 고민시의 캐릭터가 큰 주목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은 동의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아무도 없는 숲 속에 나무가 쓰러지면' 유아론에 대한 화두를 던져
현대인들에게 다시금 되돌아볼 논제를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양한 태도로 '개구리가 되었지만' 맞선다 또는 도망친다 등의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창작의 영역에서 깊은 고찰과 논제에 대한 답을 던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연출가가 의도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8부작 작품 속에 오랜 철학 논제를 녹여내기란 사실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쿵 소리가 날까?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으면 그것은 처벌받아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그 나무와 개구리를 어떤 태도로 봐야 하는가
정해진 답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오랜 철학자들이 끝내 고민하던 화두를 오늘날 우리들도
조금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유아론 참고 : 나무위키, Solipsism and the Problem of Other M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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