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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메르인 Jul 15. 2024

'미들섹스',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소설

속성으로 남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칼리오페는 여자로 태어나서 남자가 되었다.


그는 선대의 근친의 결과로 이상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남성의 염색체를 가졌지만 여성으로 길러진다. 사춘기가 되자 남성의 특징이 발현한다. 그를 검사한 박사는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려고 한다. 칼리오페는 박사에게서 도망쳐 남자의 모습을 흉내내기 시작한다.


"새로운 종교로 개종한 신도처럼, 처음엔 좀 도가 지나치게 행동했다. 인디애나 주 게일리 부근에서는 갖은 뽐을 내며 건방을 떨었다. 웃지도 않았다. 일리노이에서는 내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다녔다. 다 허세에 불과했지만, 보통 남자들이 하고 다니는 그대로였다. 우리는 모두 가늘게 뜬 눈으로 서로를 곁눈질했다. 있는 대로 품을 잡는 내 걸음걸이는 사춘기 사내애들이 남자답게 보이려고 그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지나친 과장이 도리어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칼리오페는 태어난지 16년만에 거친 남성의 세계에 갑자기 노출된다. 일상적인 음담패설에 충격을 받지만 한편으론 홀몸으로 히치하이킹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소설의 효용은 살아보지 못할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쾌감이다. 나는 염색체도 정상이고 앞으로 남자로 바뀔 일은 없다. 그럼에도 상상력을 발휘해 당장 남자 흉내를 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회사를 수십년 다니며 부대낀 많은 남자 직원들을 떠올려본다. 


가장 중요한 건 허세다.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다. 왠만하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야한다. 업무적으로 오해가 있다면 여자는 본인이 잘못한게 없나 먼저 돌아봤을거다. 상사가 믿고 맡기려면 (실질이야 둘째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유리하다. 말은 여자일 때보다 천천히 한다. 미주알 고주알 말하지 말고 과묵해야 한다. 필요한 말은 한다. 남성 사이의 위계질서는 명확하다. 윗사람에게는 철저히 복종하고 후배에게는 편하게 대한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처세가 훌륭하다는 직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말을 아꼈다. 나처럼 안다고 있는말 없는말 다 쏟아붓지 않았다. 그럼에도 할 말은 했다. 목소리톤은 낮았고 말하는 속도는 느릿했지만 일정했다. 감정을 절제할 줄 알았다. 상사에게 아부도 품위있게 했다. (bpm 60: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 형님 편입니다.")


많은 직장이 남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다지만 고위직은 여전히 남성이 대다수다. 직장은 남성의 법칙으로 돌아가고 있다. 선천적으로 알지 못하면 배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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