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이제 그만
그리고는 간신히 내뱉은 말은 “인제 그만 이 집을 나갈 테니 그렇게 원하던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 며느리 얻어서 잘살아 보세요”라는 말 한마디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둘째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떨리는 목소리로 울음을 삼키며
지금 나를 데리러 와달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둘째 언니는 너무 놀라서 황급히 언니네로 달려왔다.
언니의 행동에 적잖이 놀란 시어머니는 설마 언니가 정말 집을 나갈 거라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았다.
언니를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이렇게 집을 나가면 어떡하냐고 계속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언니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간단한 옷가지와 소지품을 챙겨 악몽 같은 그 집을 둘째 언니의 손에 이끌려 빠져나왔다.
하늘이 보내준 천사 같은 언니를 감사하고 귀하게 여길 줄도 모르는 철면피 같은 인간 이하의 사람은 더 이상 천사의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신은 그런 뜻으로 이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언니의 이혼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 이제까지 참고 살았냐고 안타까워하며
지금이라도 끝내서 다행이라는 말로 언니를 위로했다.
언니는 본인이 선택한 결혼이었기에 힘들었지만, 끝까지 책임지려고 참고 살아왔다고 했다.
어쩌면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원치 않는 결혼을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그때 왜 언니의 선택을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뒤늦은 후회와 함께 언니의 삶에 너무 무관심했었다는 자책을 하게 되었다.
부부의 문제가 아닌 시어머니와의 불화로 15년의 결혼생활을 끝내는 일은 여러 가지
정리되지 않은 미제를 남겼다.
15년 동안 시어머니와 남편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언니에게 남은 건
방 한 칸짜리 집 전세금도 안 되는 3천만 원의 위자료였다.
위자료를 조금이라도 덜 주기 위해 시집 쪽에서 시누이가 찾아와 갖은 이유를 들이대며 회유를 하고 읍소를 해왔기에 마음이 약한 언니는 견뎌내지 못했다.
우리는 언니에게 앞으로 살아갈 앞날을 위해 더 큰 금액을 받아내야 한다고 소송을 권했지만, 언니는 더 이상 진흙탕 같은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언니는 이혼을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 남겨질 아이 같은 남편을 걱정했다.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너무 여려서 어쩌면 계속 가엾은 남편을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