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상처투성이 언니
복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는데 결핵에 의한 맹장염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수술하고 며칠 동안 입원해서 치료받았다.
퇴원을 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결핵에 걸린 사람이 집에 오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시어머니에게 전염성이 없는 결핵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시집 식구들을 가족이라고 여기며 최선을 다해 시어머니와 남편을 보살피며 살았는데,
언니에게 돌아온 건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 같은 아프고 모진 말과 허허벌판에 내동댕이쳐진 비참한 모습을 한 언니의 현실이었다.
언니는 고향 집으로 내려가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건강을 되찾아갔다.
부모님을 비롯한 친정 가족들은 언니가 시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만류했다.
그동안 혼자서 시어머니의 갖은 멸시를 받으며 살았을 언니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결혼생활을 끝내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집에서 빨리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은 언니는 혼자 남을 남편이 가여워서 시집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아무리 언니라지만 부부간의 문제를 우리의 결정대로 강요할 수는 없었다.
마치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언니는 스스로 고약하고 못된 시어머니가 있는 시집에 다시 발을 들였다.
시어머니의 냉대는 변함없었고 남편은
집 나간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처럼 반갑게 언니를 맞았다.
마음이 약한 언니는 아마도 그런 남편을 못 잊어 돌아올 결심을 했을 것이다.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밤늦게까지 봉제 일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시어머니의 식사를 챙기고 건강한 사람도 하기 힘든 생활을 꿋꿋하게 해냈다.
그런 삶이 당연한 것처럼 익숙해져 힘든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언니에게 없던 두통이 생겼다. 두통은 언니의 장애로 인한 수면 무호흡이 원인이라고 했다.
병원 진료를 보기 위해 둘째 언니가 보호자로 동행하기로 하고 언니를 데리러 시집에 방문했다.
둘째 언니는 시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동생이 몸이 자꾸 아파서 걱정된다면서 시댁의 배려를 부탁한다는 뜻의 말을 전했다.
순간, 별말은 안 했지만 시어머니의 얼굴색이 어둡게 굳어져 갔다.
둘째 언니가 다녀간 후 시어머니는 심통이 난 얼굴로 언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흘이 지난 후 아침 식사를 차려 세 식구가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들고 있던 밥숟가락을 밥상에 세게 내려치며 언니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너는 친정에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너희 언니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따지면서 입에도 못 담을 막말과 독설을 퍼부어댔다.
언니는 순간 온몸이 굳고 얼음처럼 차가워져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