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보통의 행복을 찾아서
이제 다시 혼자가 되었다.
당장 갈 곳이 없어진 언니는 우리 집에서 얼마 동안 머무르게 되었다.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언니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심이 누구보다 강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언니는 혼자 살 집을 빨리 구해보자고 했다.
어차피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한다면 그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나는 남편과 함께
근처에 집을 알아보고 언니가 혼자 살기에 적당한 집을 계약했다.
형제들의 도움으로 살림살이도 새로 장만하고 가족들이 힘을 합쳐 언니가 살아갈 집으로 이사했다.
내 남편과 함께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서류정리까지 마무리했다.
언니는 비로소 완전한 혼자가 되어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본 적이 없었던 언니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가족들은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언니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더 커 보였다.
여전히 다니던 봉제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며 생활했다.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챙기지 않아도 되어 일이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일을 하는 만큼 많은 월급을 받았는데 무엇이든 나눠주고 베푸는 것을 좋아해서 알뜰하게 모으라는 나의 잔소리에도 저축을 많이 하지 않았다.
대부분 가족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썼다. 어려운 형제에게 선뜻 돈을 내주고 커가는 조카들에게 옷도 사주고 용돈을 주며 뿌듯해했다.
언니는 베풀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언니의 집은 자매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함께 모여서 어렸을 때 엄마가 잘 끓여주었던 팥칼국수를 끓여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언니가 혼자 살게 된 후 가장 행복하고 좋아 보였던 것은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는 아파서 못 다니고 결혼 후에는 가정에 얽매여 다니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혼자가 된 언니는 원하면 언제 어디로든 함께 일하며 가족보다 돈독해진 사람들과 어울려 여행을 다녔다.
부산, 제주도, 흑산도 울릉도 독도까지 전국에 이름난 관광지나 명소는 빠짐없이
찾아다니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새삼 언니가 저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감사했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언니 곁에 좋은 사람들이 늘 함께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장애가 있는 언니를 편견 없이 친구로 여기고 함께해 준 사람들이 정말 고마웠다.
몇 년 전 언니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살아오면서 상상만 해오던 꿈같은 일들이 현실로 언니 앞에 펼쳐졌다.
친정 언니들과 중국 여행도 가고 유럽에 사는 남동생의 초대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비엔나까지 가서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건강하게 돌아왔다.
언니는 지금도 틈 날 때마다 체코 프라하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비엔나 등을 여행했던
경험담을 말하며 행복해한다.
혼자 있는 언니가 외로워 보일 때도 있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언니는 새로운것에 망설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다.
언니는 지금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