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정금이 좋아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되는 5월, 6월의 고향 뒷동산은 뻐꾸기, 꿩, 종달새와 같은 새들이
소리높여 울어대고 남쪽의 섬에서만 서식하는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예쁜 연초록으로 물들어 양지바른 산기슭에 늘어서있다.
제법 뜨거워진 햇빛을 받은 바다에서 피어 올린 신비로운 묘약같은 보이지 않는 염분을 먹고 자란 그 숲의 나무들은 이른 꽃을 피우고 빨갛고 까만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달콤한 향기를 내뿜으며 산새들과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마을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깊은 산 끝자락에 상동나무가 무리지어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키가 큰 나무는 자라지않고 아이들 가슴높이 정도의 키가 작은 나무들이 주로
서식하여 사방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한몸에 받고 자랐다.
그렇게 자란 상동나무 열매가 나무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서 달게 익어갔다.
그무렵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주전자나 양은 도시락통을 하나씩 가지고 산 입구에 모였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정금을 따먹으러 가기위해서다.
고향에서는 상동나무 열매를 정금이라고 불렀다.
처음엔 녹두알 처럼 작은 연두색, 붉은색 이었다가 다 익으면 작은 콩알만한 크기로 검보라색을 띄는 매력적인 열매가 되었다.
정금의 맛은 새콤달콤해서 아이들이 너나없이 좋아하는 맛이었다.
동네 아이들이 입구에 다 모이면 정금을 위한 원정대처럼 줄지어 좁고 비탈진 산길을 목청껏 노래도 부르고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장난도 치며 날다람쥐처럼 잘도 다녔다.
산 끝자락 정금나무가 모여있는 곳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한 나무씩 차지하고 자리를 잡고 서서 작은 손으로 쉴새없이 까맣게 익은 정금을 따먹기 시작했다.
정금을 많이 따먹은 아이들의 입술은 모두 까맣게 정금 물이 들어 서로 쳐다보며 놀리고 웃어댔다.
어느정도 정금으로 배를 채운 아이들은 가지고 간 주전자나 그릇에 정금을 따서 담기 시작했다.
유난히 손이 빠른 아이는 금새 그릇을 가득 채우고 느린 아이는 다 채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이들은 가끔 정금을 따고도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이 남으면 산비탈 바로 아래 해안선 큰 바위들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 놀기도 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고 아이들이 내려가기에는 낭떠러지를 기어서 내려가듯 위험한 곳이었지만 겁도 없이 내려가서 파도가 밀려오는 바위 사이를 뛰어 다니며 놀았다.
해가 저물기전 왔던 산길을 되돌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정금을 따러 갈때보다
힘이 빠지고 지쳐 있었다.
주전자 가득 따온 정금을 가족들에게 자랑하며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다음날 정금을 먹은 아이들은 검은색 정금똥을 쌌다.
고향을 떠나온 후 상동나무 열매를 한번도 본적도 없고 먹어보지도 못했다.
새콤달콤한 정금의 매력을 알고 있는 나는 꼭 한번 정금을 먹어보고싶다.
고향 친구를 그리워하듯 초여름이 되면 상동나무에 열린 까만 정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