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적
너는 외롭다
물론이지만 나 또한 외롭기 그지없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나
외롭지 않은 사랑이 어디있겠나
우리네들은 모두 외로울 뿐이다
다만, 사랑이란 이름 아래에서
나의 외로움으로
너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있다는
작은 기적이 존재한다.
drawing by Yoon
우리들, 우리 둘
외로움이란 참으로 지독한 녀석이다.
주변과 소통이 닫히게 되면 기척도 없이 다가와 뒷덜미를 '콕' 하고 찌르고는
"안녕. 내가 왔어."
반갑지 않은 인사를 건낸다.
"잘봐. 둘러봐 지금 네 주변엔 아무도 없어. 네가 누군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완벽한 타인들 뿐이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리며
녀석은 제 몸을 벼리고서 명치 한가운데에 찔러넣는다.
가슴팍에 외로움을 박아 넣어두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제 몸집을 키워
박힌 가슴을 깊게도 아려오게 만든다.
이따금씩 녀석은
아릿하던 가슴을 옥죄듯 쥐어짜는 아픔으로
어둔 바닥으로 끌고내려가
어느순간 잡아먹으려 들기도 했다
"괜찮아."
우리는 다행히도
조금만 다가가면 손을 잡아 줄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
친구, 동료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이 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하지만 미안하다
이 기적과도 같은 고마움을
너무나 잊고 살아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