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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작은 기적

by 숨결



너는 외롭다

물론이지만 나 또한 외롭기 그지없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나

외롭지 않은 사랑이 어디있겠나


우리네들은 모두 외로울 뿐이다

다만, 사랑이란 이름 아래에서

나의 외로움으로

너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있다는

작은 기적이 존재한다.




img001.jpg


drawing by Yoon



우리들, 우리 둘



외로움이란 참으로 지독한 녀석이다.

주변과 소통이 닫히게 되면 기척도 없이 다가와 뒷덜미를 '콕' 하고 찌르고는


"안녕. 내가 왔어."


반갑지 않은 인사를 건낸다.



"잘봐. 둘러봐 지금 네 주변엔 아무도 없어. 네가 누군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완벽한 타인들 뿐이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알리며

녀석은 제 몸을 벼리고서 명치 한가운데에 찔러넣는다.



가슴팍에 외로움을 박아 넣어두면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제 몸집을 키워

박힌 가슴을 깊게도 아려오게 만든다.


이따금씩 녀석은

아릿하던 가슴을 옥죄듯 쥐어짜는 아픔으로

어둔 바닥으로 끌고내려가

어느순간 잡아먹으려 들기도 했다




"괜찮아."




우리는 다행히도

조금만 다가가면 손을 잡아 줄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


친구, 동료


그리고


사랑하는 그 사람이 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하지만 미안하다


이 기적과도 같은 고마움을

너무나 잊고 살아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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