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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오지 않는 곳

by 숨결

현장은 아침이 오지 않는 곳

층층이 타설되는 슬라브 거푸집만 남겨지는 곳


새벽녘에 별빛이 녹아든 이슬 가득찬 중장비가

얄팍한 현장 철문에 헤드라이트를 비춰 문들 두드리고

떠오르는 햇볕에 이슬이 스러져 사라질 때

수백의 안전화 뚜벅뚜벅 뚜벅뚜벅 줄짓는 소리 들려온다


아침 일곱시 경기도 어느 아파트 현장에선

하나 둘 셋 넷

삶의 노곤함이 담긴 구령소리가 들리고

뙤양볕은 현장 근로자의 표정마저 태워

당췌 그대들의 설움을 읽을 길이 없다


현장은 아침이 오지 않는 곳

오후 5시 아직 어스름 저녁 머리끝도 보이지 않지만

세상 모든 고난은 현장에 두고 떠나자

두고간 아픔들 내일 싣고나갈 폐기물 마대에 던져버리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자

행복과 평안의 나라 나의 가족에게로 돌아가

오늘 하루의 아침은 지금이라고 입맞춤을 하자


현장은 아침이 오지 않는 곳

가족을 품는 준공의 순간까지

현장은 아침이 오지 않는 곳

사랑과 행복을 세우려 아침을 불러들이지 않는

세상의 거친 아픔을 품에 안는

그대는 위대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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