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라는 말이 아프다

안녕히가세요

by 숨결



간다. 라는 말이 아프다



나 간다

그 말이 왜그리 아픈지


내일 만날지도 모를텐데

간다

그 말이 왜그리 아픈지


한날 한시 헤어짐인데

별것 아닌 오늘의 헤어짐인데

간다

그 말이 왜그리 아픈지


우리는 어쩌면

언제나 영원할지모를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는지


간다는 말에 그간의 설움이

유성우처럼 쏟아져내리고

봄에 내리는 아직 떠나지 못한 겨울눈처럼 녹아내리고

그리고 눈물로 여울져 스며들고


왜그리 벌써 가는지 아쉽고

왜 이제야 가는지 원망스럽고

그렇게 간다


안녕히가세요





여행의 인연


제주도 여행에서 만난 동생 하나가 2주일 전쯤 결혼을 했습니다.

15년 5월의 봄에 만난 인연이었으니 여행에서 하룻밤 스쳐지나듯 만난 인연치고는 꽤나 질긴 인연입니다. 돌이켜보면 '나만의 여행방법'의 묘미 중 3순위에 드는 요소 하나가 '인연맺기'였습니다. 그렇다고 여행 때마다 누군가를 만나기위해 애쓴적이 있는건 아니었습니다. 젋은 날 여행경비가 넉넉치 않았던 덕분에 숙소는 기본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애용했고 산행을 할 땐 산장을 들를 수 밖에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 숙소가 아니더라도 그저 길 위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길을 걷거나 도심지를 배회하며 몇번이고 마주치는 인연도 있었고, 길을 몰라 곤란해 하던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며 인연을 맺기도 했습니다.


여행에서의 만남. 여행의 인연이란 하나의 즐거움을 뿐인지 그리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누군가들은 여행에서 만난 인연으로 결혼을 하기도 하고 일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얻기도 한다지만 저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여행지의 로맨스나 소위 말하는 썸은 종종 겪었지만 결론이 지금까지 연결되지 못한 내용이니 아주 커다란 우선순위 리스트에서는 확실히 조금 뒷편이긴 한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 떠나보냈고 많이 떠나왔는데 바다의 파도마냥 '나' 라는 풍경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알게모르게 알음알음 뭔가 쌓여온 것은 분명 있겠지요. 수천년동안 파도가 절벽을 깎고 해안선을 바꿔가듯 말입니다.


서른즈음이 되고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하기에 혼자하는 여행이 없어지고, 최근에는 코로나 영향까지 찾아오면서는 호텔이나 리조트를 많이 다녔습니다. 그 때문인지 단순히 인연 운이 떨어진것인지 그때부터는 더이상의 인연이 없어졌습니다. 누군가를 마주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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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치면 마음 한 구석에서 큰 상실감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그 '여행의 인연'이란게 나에게 있어서 나를 변화시킬 커다란 무언가는 아니었지만 내가 꿈꾸고 빚어왔던 로망이나 낭만 따위에게서는 상당히 커다란 부분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서른다섯을 떠나보내는 올 겨울에는 또 다시 홀로 여행을 가보려고 합니다. 푹신한 침대와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 SNS용 사진 따위는 기대도 말고 "안녕하세요"말 한마디를 건낼 수 있는 여행을 다시금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나의 하찮은 낭만을 채우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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