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지금 밤
지금 밤
홀로 걷다 쉬어가는
길 위로 나를 담아준
어느 밤
겨울 밤
지금 밤
어느 겨울 지금 밤
지금 밤을
새까맣게 잊을수 있다면 좋을텐데
새벽별 또 다시 완전한 처음이 있을 수 있도록
지금 밤
하늘 별 하나에 취하고
소주 한잔을 바라보고
취할까 별하늘 바라보지 못하고
소주잔만 물끄러미 낭만으로
지금 밤
어렵지 않기로 하는 밤
소망은 버리고
추억을 움켜쥐는
내일은 사라질 어느 겨울 지금 밤
산과 바다
여행을 동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과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헌데 분명 어릴적에는 산 보다는 바다를 훨씬 좋아했던 것 같은데, 어느 시점부터는 산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럴싸한 이유를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데 얼마 전 새로운 거주지를 고민하면서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선택지가 주어지고 나니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릴적에는 바다의 광활함과 깊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모험과 신비로움을 쫒던 젊음이었겠지요. 동해 남해 서해를 가리지 않고 바다를 만나러 다녔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동해를 가장 사랑했던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요. 맑고 투명하고 따뜻했던 제주도의 바다나 사이판의 바다도 다녀왔지만 태어난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동해바다는 나의 핏줄인것 마냥 알 수 없는 정이 들어버린 모양입니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 현실에 맞닥들이게 되면서 바다에 대한 동경의 불꽃은 점차 사그러들어갔습니다. 바다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나 짠내나는 해풍을 안고 살아야했고, 바다에서 헤엄치고 난 뒤의 끈적임은 썩 기분좋은 날이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물고기보다 육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은 바다에서 '살아간다'는 마음과는 괴리감이 꽤 컷었던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때가 책임없이 꿈만 꾸던 젊은 날을 지나보내고 스스로를 책임져야만 하는 의무가 자리잡기 시작할때쯤이었지요.
산 근처에서 살아갈 때는 삶이 참 고즈넉하지 좋았습니다. 창 밖으로는 산 너머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었고 계곡과 하천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청아하기 그지 없었으며, 이따금 다녀오는 산책같은 등산은 나를 개운하게 만들어주었으니까요.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설악산 지리산들의 꼭대기에서 바라본 거대한 운해와 같은 광경도 있지만, 산이란 곳은 저 멀리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내 발걸음 바로 앞을 바라보며 얼마 뒤 다다를지 알 수 있는 정상이라는 끝을 향해 간다는 것이 지금의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꿈보다는 당장 이번달 월세와 생활비를 위해 눈 앞의 통장에 찍힌 돈이라는 숫자가 필요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한걸음에 집중해야만 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다시금 불쑥 바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꿈꾸는 나에게 지쳐 현실에 순응했다면 이제는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는 내 모습에 지쳐 또 다시 꿈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당연한 수순이겠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꿈을 찾는 삶에서도 현실에 순응해 사는 삶에서도 무엇을 선택하든 얻는 것만큼 잃는 것이 생기기마련일테니까요. 빛과 그림자처럼 찬란하기만 한 꿈도 찬란하기만 한 현실도 없을겁니다. 인간의 욕심이란 그런것이니까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 또한 궁금합니다.
나는 내년에 과연 산에 있을까요 바다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