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약속

지난날의 이야기

by 숨결
우리만의 약속




우리는 약속도 하지 않았는대

때가 되면 해는 뜨고

기다리면 해가 져요


우리는 약속도 하지 않았는대

때가 되면 달이 뜨고

그자리 그곳에 별이 떠요


눈물이 또르르

마음이 일렁여 현기증이 나네요

우리는 약속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토록 겸허하고 감동스럽게 약속을 지키다니요


세상은 찬란하게

약속하지 않아도

약속한 듯 살아갑니다


사람은 심란하게

단단한 약속을 하고도

약속하지 않은 듯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오늘도 아픈가봅니다






잃어버린 신뢰



신뢰는 한순간에 생기기도 하고 차근차근 쌓여가기도 합니다. 굳건한 신뢰는 보통 차근차근 쌓여가는 쪽입니다. 반대로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고 차근차근 허물어져 가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가정 내에서, 일터에서, 사교의 장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살아가야 한다는걸 다짐을 한다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내재적으로 바탕을 깔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모난 돌이 되어 미움을 받기 십상입니다. 또 때로는 재밌게도 신뢰가 없는 사람으로서 신뢰를 받기도 합니다. 못된 사람이 돈을 번다는게 이런 쪽에 속합니다. '저 사람은 못된 사람이라 어떻게든 돈을 벌지'라며 돈에 관해선 그를 신뢰하기 때문에 함께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게 되지요. 그 사람보다는 돈을 신뢰하는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나는 서서히 신뢰를 잃어가는 쪽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대게 내가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나는 언제 어디서나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 덩어리를 품고 살아갑니다. 처음 시작점을 생각해보면 애초에 신뢰라는게 있었나싶기도 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진 어쩔 수 없는 선의의 마음을 이용해 살아온 게 아닌가 하여 더욱 부끄럽고 불안해집니다.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말 친한사람의 기준은 언제고 연락해서 '뭐해?'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정이 지난 시간 나는 메신저의 목록을 찬찬히 내려보다 딱히 '뭐해?'라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시간을 맞추고 무례하지 않도록 인삿말을 적어야 하며 그대들의 시간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용건없는 연락을 해서도 안되는 그런 사람들만이 전부였습니다. 나의 부모님과 형제에게도 뜬금없는 연락은 한편으론 어색하고 어쩌면 불안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나는 뜬금없는 연락을 뛰어넘을 신뢰라는게 없는 사람으로 지금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걔 중에 가장 빈약한 신뢰는 사랑이라는 범주에 들어있습니다. 실패한 사랑으로 점철된 그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그저 좋았던 추억이었다 정도로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면 나는 그대들의 한 세월을 앗아간 범죄자이고 나는 여러개의 별을 달랑거리며 달고 다녀야합니다.


'신뢰가 필요없는 인생을 살아가자.'

부끄럽지만 나는 이런 다짐을 합니다.

누구에게도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기대와 믿음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를 맺어가자. 내가 잃어버린 신뢰로 깨어진 관계는 나 홀로 상처 받는게 아니라 그대들에게도 지우고픈 흉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앞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같은 다짐을 하기에는 안타깝지만 나는 너무나 아프고 슬픈사람으로 절여지고 난뒤 그대로 굳어져버렸습니다.


이제부터는 혼자 살아가는 시간에 익숙해져야겠습니다.

혼자 연주를 하고, 혼자 노래를 하고, 홀로 글을 써야겠습니다. 혼자인 삶이 부끄럽거나 초라해보이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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