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결 Jun 09. 2023

건축의 카이로스

가상현실

건축의 카이로스



최근 읽었던 이충녕 작가의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 책의 말미에는 책을 쓰게된 암묵적인 의미가 '카이로스' 에 있었음을 소개하며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에 대해 짧게 설명해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크로노스는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인 시간을 뜻한다. 반면 카이로스는 기회를 잡거나 결단을 내리는 주관적인 시간을 뜻한다


작가는 우리의 삶과 이 세상을 크로노스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에 반대하고 카이로스를 자각하는 경험을 다양한 관점에서 표현하고자 했다고 했습니다. 이 마지막 문장은 한 권의 독서를 마무리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깨달은' 또는 '상기시켜준' 사실에 나름 의미가 깊은 책이 되어 주었습니다. 때마침 저는 크로노스의 관점에서 시간에 쫒기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카이로스를 지향하고 있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단계에서 괴로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흘러가는데로 살 것이냐. 아니면 내가 선택하고 이끄는 삶을 살 것이냐 입니다.


건축이 발전해온 시간들을 인간의 삶에 비유해보면 고딕양식, 로코코양식, 포스트 모더니즘 등등 하나하나의 사조들이 발생된 시점들을 건축에 있어서의 카이로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건축역사에 있어서의 전환점이지요. 그리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로 보아야 할 카이로스, 즉 전환점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다양성이 혼재된 현재의 시대에 과연 '카이로스'라고 말할 수 있는 특별한 '정의'가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말입니다. 


당장 우리 주변에 경험하고 있는 현대 건축의 특징은 '다양성'의 표출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다양성은 자유의 발전이라고 긍정적이게 표현할만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로 정의되거나 특정지어지지 못한채로 아직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괴로움을 안고 있는건 아닐까요? 다양성을 존중하려다 통일성과 화합, 조화를 잃어가는 고통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길잃은 다양성의 바다에서 건축의 다음단계는 무엇이 될지 짧은 식견을 가진 입장에서 감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기술발달의 방향과 견주어 보면 필수불가결하게 나타나고 구현될 카이로스가 한가지 있습니다. <가상현실 건축>이 바로 그것입니다. 디지털시대를 한참 전부터 걸어오고 있는 지금과 더욱 발전될 미래의 디지털 기술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 또는 '변혁'이라고 불리울 수 있게 만들 가능성이 가장 큰 방향이라 감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미 실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어렵게 상상하거나 전문적인 기술적 내용들을 고민할 것 없이 단순하게 우리는 '게임'이란 공간안에서 이미 건축과 관련된 수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에 고도화된 가상현실이 적용이 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죠.


건축이 접목된 게임으로는 심즈, 심시티, 마인크래프트, 샌드박스 등등이 있습니다. 가볍게 적용되기도 하고 밀접하고 필수적인 요소로 적용되어 있기도 합니다. 높은 자유도를 가진 게임일 수록 주거를 포함한 공간에 대한 자유도를 제공하고 있지요. 게임에서 건축이나 공간에 대한 자유도를 가지는 것에 대한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빠르고 간편하게' 그리고 '실제에 비해 거의 비용없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럼 이런 자유롭게 창조된 공간을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요? 


지금보다도 무궁무진한 다양함을 가질 수 있지만, 언제든 지우고 새로움을 재생산 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거기다 게임이라는 물리적 법칙이 배제된 세상에서 인간은 하늘을 날고, 엄청난 거리를 뛰어다니고, 영화속 캐릭터와 같이 빠른 속도로 달려나갈 수도 있겠죠. 맘에 내키는데로 만들어낸 세상을 부수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게임이니까요. 현실과 같은 게임이니까요.(기술이 그만큼 발달한다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그런 시대가 된다면 게임과 같은 신나는 경험과 함께 우리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건축'이란 인식의 기반은 산산히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정확히는 공간과 물리법칙에 대한 기반이죠. 중력을 초월할 수 있게 되니 바닥과 벽, 천장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고 무게와 하중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면 우주에 닿는 유례없는 초고층 건물이 지어질 수도, 우주공간에 우주정거장과 같은 공간을 만들 수도 있는 세상에 기존의 개념은 낡은 고정관념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개념들이 정착되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이것들이 우리의 현실이 될지 모릅니다. 건축에 있어서의 카이로스는 현대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정말 어느 한 순간에 변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말이지요. 따라서 우리의 삶을 지금 시점의 틀에 맞춰 미래를 그려나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현실적으로 살아가기엔 현실을 파악하는 속도보다 새로운 미래가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빠를 떄가 종종 있기 때문이지요. 주변의 나이드신 어른들이 세상을 따라가지 못해 키오스크를 통한 음식 주문이나 온라인 쇼핑에 애를 먹는 것에서 그런 현상들을 이미 목격하셨을테죠? 어차피 쫒아가지 못할 세상이라면 버릴 것들은 버리고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데에 힘을 쏟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만의 창조적인 세상. 세상과는 동떨어진 창조적인 상상을 어느정도 가슴에 품어두는 것이죠. 현실 80%. 창조적인 상상 20%정도요. 우린 그걸 예전에 '꿈'이라고 불렀습니다. '낭만'이라고도 했었던 것 같네요. 여러분의 카이로스는 아마도 그 20%에서 태어날 가능성이 높으리라 감히 기대해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높이, 집 천장의 높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