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아쉬울까 싶었다.
오랫동안 남보다 못한 듯이 살아온 양반들이 누구 하나 먼저 갔다 서러워할까 싶었다. 하지만 미운 정도 정인지라 눈물이 나나 보다. 베푼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았으니 그 빈자리가 서럽기도 할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아버지의 생신날, 혼자 덩그러니 아들네에서 생일상을 받아드신 아버지는 그날 밤 울먹이며 내게 전화를 하셨다. 한참을 운듯한 목소리로 내 어미가 없는 생일을 홀로 맞으니 마음이 영 좋지 않다 하신다. 이제 와 어쩌겠냐며 살아생전 어미 속만 썩이던 아버지에게 원망스러운 듯 대답하고, 바쁜 일 있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하마터면 눈물 터진 내 목소리를 홀로 남은 아버지에게 들킬 뻔했다.
안방에서 남편의 통화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타이밍도 딱 맞춘 시댁의 전화이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통화 내용이 듣고 싶지 않으나 귀에 박힌다. 코로나로 모두가 움츠러들던 2년 전 아버님은 꽃같이 곱고 능력 있는 새 여인을 만나 푸르른 봄날 두 번째 장가를 들었다. 집 안 가득 걸린 노부부의 결혼식 사진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이어도 여전히 설레고 곱다. 며칠 있다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노부부는 코로나가 넘실대는 세상과 다른 곳에 사는 이들 같다.
내게는 부인을 떠나보낸 두 남자가 있다.
후회로 매일을 사는 아버지와,
후회의 시간을 보내고 새 삶을 살아가는 아버님.
그들의 삶에 빈자리가 주는 의미가 한없이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