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어도 쓸리지 않는 것들
거리 청소는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겨져 신입에게 주어지는 구역이다. 남편도 그랬다. 빗자루 하나 들고 단순히 쓸어내리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건 다르다.
시내 중심가를 따라 쓸고 다니다 보면, 상상도 못할 종류의 쓰레기와 마주친다.
명함
작고 도톰한 종잇조각 하나가 그렇게 말썽일 줄 몰랐다.
시멘트 바닥에 들러붙은 대출 명함, 클럽 명함은 아무리 빗자루질을 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이른 새벽, 이슬 먹고 밟히고 눌린 명함들은 바닥과 한 몸이 되어있다.
손으로 일일이 주울 수도 없는 현실에 남편은 애만 태운다. 그럴 때면 선배가 알려준다.
“빗자루 모서리로 툭, 치면서 쓸어봐.”
남편은 기술 하나를 익혔다며 뿌듯해한다. 빗자루에 반동을 주면 명함이 쑥 하고 날아 쓰레받기로 쏙 들어온다.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며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봉지 칵테일
요즘 가장 골칫거리다.
가게 문이 닫힌 뒤에도 거리에서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일회용 칵테일 봉지. 클럽 근처 전봇대 아래엔 이 봉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끈적한 설탕물, 알코올 잔해가 엉겨 붙은 봉지는 쓸어내는 걸로는 부족하다. 거의 뜯어내다시피 해야 하고, 손으로 하나하나 주워야 한다. 더군다나 두꺼운 재질에 이물질이 묻어 재활용도 안 된다. 결국 땅속으로 썩지않고 묻히는거다.
그 봉지가 몇백 년을 버틸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요즘 핫템”, “인증샷 필수”, “클럽 필수 아이템”.
남편의 고생과는 정반대의 세계가 펼쳐졌다.
누군가의 한순간을 즐겁게 해준 그 봉지는,
이제 누군가에겐 고된 노동이 되고,
지구에겐 회복할 수 없는 흔적으로 남는다.
담배꽁초
눈이 온 줄 알았다.
하얀 골목길 바닥은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로 덮여 있었다.
남편과 아이, 셋이서 길을 걷다 그런 장면을 봤다.
한쪽에선 청소부가 담배꽁초를 쓸고, 바로 옆에선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버린다.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우리 아빠도 저렇게 일해?”
“응, 그럴 거야.”
“청소하고 있는데 바로 버리는 게 말이 돼?”
나는 아이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한 일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말밖엔.
그 말로는 부족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는 말한다.
“아빠는 권투 잘하니까, 저런 사람 혼내줄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냥 웃어주었다. 아이의 분노 앞에 도덕은 잠시 내려두기로 했다.
며칠 후, 주말에 아이와 함께 동네 담배꽁초를 주웠다.
그리고 말했다.
“선한 일은 전염성이 커. 우리가 누군가의 좋은 행동을 보고 따라했듯이, 누군가도 우리를 보고 따라할 수 있어. 지난번 그 아저씨도, 언젠간 바뀔지 몰라. 우리도 변하듯이.”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그럼 아빠가 청소할 게 줄어서 더 빨리 퇴근하겠네? 그치!”
아이의 말에 나도 웃었다.
그 소원이, 언젠가 현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