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촤라락, 그리고 쾌쾌한 냄새

쓰레기 하나없는 집의 비밀

by 수미

퇴근한 남편의 옷에서는 알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한다.
군데군데 무언가 흘러내린 자국까지.
청소 일을 시작한 후에도 이 정도로 꾀죄죄한 모습은 드물었는데,
오늘은 시궁창에 빠진 쥐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의 인사도 건성으로 넘기며
남편은 옷을 벗어젖히고 욕실로 내달린다.
“보일러 좀!”
소리치며 문을 닫더니, 곧 샤워기 물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저녁상을 차리고, 욕실에서는 허연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잠시 뒤, 물기를 털며 나온 남편의 뽀얀 얼굴.
그 개운함이 나에게까지 번져오는 듯하다.

며칠 전부터 남편은 거리 청소에서 청소차 보조로 배치되었다.
아직은 초보라 쉬운 일부터 배우는 중이다.
그날도 종량제 봉투를 청소차에 던지며 반복 작업을 하던 중,
봉투 하나가 압축기에 들어가자마자 ‘퍽’ 소리가 나더니
이내 ‘촤라락’—정체불명의 국물이 튀어올랐다.
음식물 쓰레기였다.
누군가 분리배출을 하지 않고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것.
압축기에서 짓눌려 터진 봉투는 남편에게 그 국물을 고스란히 퍼부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며칠 전 들렀던 지인의 집이 떠올랐다.
베란다 한쪽에 분리수거물로 가득한 우리 집과는 달리,
그녀의 집은 눈부시게 깔끔했다.
그날 우리는 배달 음식을 함께 먹었다.
집 주인은 횟집에서 보던 하얀 비닐을 상 위에 깔고, 일회용 수저와 그릇이 놓았다.
식사를 마치고 정리를 하려 하자, 그녀는 말했다.
“그냥 둬. 내가 치울게.”
잠시 뒤, 커다란 종량제 봉투가 등장했다.
아귀찜의 국물, 콩나물, 남은 소주병, 튀김기름, 과자봉지,
일회용 젓가락과 플라스틱 수저까지.
모든 잔해가 봉투에 한꺼번에 쓸려 들어갔다.
정리는 순식간에 끝났고, 그녀의 집은 다시 깔끔해졌다.
그 깔끔함의 비결은, 쓰레기를 ‘그대로 쓸어 담는’ 봉투 하나였다.

개수대 옆 음식물 찌꺼기를 따로 분리해 버리는 일은
귀찮고 불쾌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눈감고 대충 넘긴다.
하지만 그 무심한 선택은
누군가의 몸을 더럽히고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가축 사료로 쓰일 수 있는 자원은 버려지고,
한여름에는 악취와 해충이 더해져 그 고통은 배가된다.
어느 선배는 한여름 새벽,
빌라 앞 봉투에서 쏟아진 흰 알갱이를 손으로 주워 담다가
그것이 구더기임을 알고 기겁했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그대로 넣는 일.
그 한 번의 편리함이 누군가에겐 씻기 힘든 하루가 된다.
나만의 깔끔함이,
누군가에겐 지독한 불쾌함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나만의 편리함이,
누군가의 노동을 더럽히고 고되게 만든다.
우리의 무심함은,
언젠가 우리를 향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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