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의 대가

by 수미

내 여정은 편의점 냉장고 속에서 시작됐다.

서늘한 냉장고 속, 수많은 음료들 사이에서 차례를 기다린다.

땀에 젖은 그의 손이 마침내 나를 집어 든다.

계산대 앞,

내 몸을 훑는 불빛이 번쩍인다.

버스정류장.

그는 내 목을 비틀고 거침없이 들이킨다.

기다리던 버스가 온다.

내 뚜껑을 닫고,

가방 속 어둠 속으로 나를 쑤셔 넣는다.

덜컹덜컹,

긴 흔들림 끝에 도착한 곳.

그의 집.

나는 다시 꺼내진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삼킨다.

빈병이 된 나는

식탁 위에 툭— 올려진다.

밤이다.

그는 집안을 정리한다.

튀김 닭, 자장면, 맥주캔, 일회용 나무젓가락,

찌꺼기 남은 생수병.

모두 종량제 봉투에 쓸어 담는다.

그리고 나를 본다.

소주 병들과 함께 있는 나.

“유리 분리수거...?”

그 생각은 잠시,

그는 나를 봉투 구석으로 밀어 넣는다.

끈적한 테이프로 우리를 포박한다.

전봇대 아래,

우리는 버려졌다.

한밤중.

별빛이 짙어지고,

길고양이들이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종량제 봉투 안은 악취가 가득하다.

닭 뼈, 수박 껍질, 자장면 찌꺼기.

내 옆엔 소주 병이,

그 아래엔 물컹한 음식물 쓰레기.

편의점 냉장고 속이

차라리 나았을까 싶다.

형광조끼를 입은 이들이

우리를 들쳐 앉는다.

무겁다.

국물이 샌다.

그들의 바짓단이 젖는다.

하지만 그들은 익숙한 손길로

하나씩 청소차 분쇄기로 던진다.

내 차례다.

공중을 날아,

분쇄기로 빨려 들어간다.

우지끈, 파편이 튀며,

붉은 선이 그의 얼굴을 가른다.

형광조끼 입은 남자의

눈썹 아래로 피가 흐른다.

나의 조각이 그의 눈으로 날아간 것이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하다.

누군가가 종량제 봉투에 넣은 유리병.

청소차의 압력에 깨진 파편이

동료의 눈을 향해 날아든 것이다.

다행히 눈은 비껴갔고

눈썹 뼈를 서너 바늘 꿰매는 선에서 끝났다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결과일 뿐이다.

그날, 분리수거 되지 못한 나의 죄가 누군가에게 흉터로 남았다.

이전 11화퍽, 촤라락, 그리고 쾌쾌한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