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청소부의 겨울맞이

칼바람 속 첫 걸음

by 수미

드디어 고대하던 새해 첫 출근!

하지만 남편의 설레는 마음을 얼릴 만큼 매서운 칼바람만 불었다.

밖에서 일하는 직업은 계절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아름답지만, 거리 청소부에겐 겨울의 칼바람과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


구청에서 지급한 안전 조끼와 방한 재킷, 안전화, 모자를 단단히 챙겨 입은 남편은 베테랑 선배와 짝을 이뤄 시내 한복판을 쓸기 시작했다.

첫 출근의 긴장감에 날씨의 매서움조차 느낄 틈도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끝과 발끝은 점점 얼어붙어갔다.

그때 선배가 건넨 뜨끈한 커피 한 잔이 남편의 굳은 어깨를 풀어주었다.

몸도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렸다.

“칼바람과 싸우려면 장비부터 갖춰야지.”


베테랑 선배 조언 한마디에 남편의 폭풍 쇼핑이 시작됐다.

털이 달리고 고무 코팅된 장갑, 귀마개, 방한 양말, 털신, 넥워머, 손난로, 발열 내복, 두터운 작업 바지까지....

초보 청소부의 몸을 감쌀 장비들이 하나둘 갖춰졌다.

“출퇴근만이라도 따뜻하게 하려면 차를 쓰는 건 어때?”

내 말에 남편은 고개를 저었다.

“이동이 잦으니까 주차가 불편해서 차보다는 자전거가 훨씬 낫지. 걱정 마.”

괜히 안쓰러워 큰소리쳤다.

“내가 언젠가 꼭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사줄게. 멋지게 타고 다녀.”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할리 타는 청소부.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데?”

그 말끝에 남편의 손등이 눈에 들어왔다.

장갑을 두 겹이나 꼈다는데, 며칠 일했다고 허옇게 갈라져 거북이 등껍질처럼 거칠었다.

싸구려 로션을 듬뿍 짜서 발라주고 비닐장갑을 씌워줬다.

잠시 가만히 있더니 답답하다며 훌렁 벗어던진다.

괜히 속상해 마누라 말 좀 들으라며 핀잔을 준다.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남편은 등을 툭 치며 말했다.

“괜찮아. 할 만해. 걱정 마.”


갱년기인가.

이놈의 눈물은 시도 때도 없이 터진다.

봄날아, 오너라.

우리 서방의 손등이 다시 부드러워지는 그날이, 부디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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