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vs 절약 그리고 별빛 캠핑

by 수미

새벽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시간에 출근하는 건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모든 일엔 장단이 있다.

남편은 이른 출근 덕분에 저녁 술자리와 야식을 끊었다. 그 결과, 수년간 허리에 끼워 둔 듯 매달고 다니던 뱃살과도 작별 중이다.


주 6일 나가야 하는 주간 근무와 달리, 주 5일인 야간 근무는 금요일 새벽 일을 마치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번 달이 바로 그 달이었다. 남편은 야간 근무 덕에 주중 하루를 쉴 수 있는데, 그 날짜가 매달 달라진다. 이번엔 금·토·일을 연달아 쉴 수 있는, 1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다.

나는 이런 날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여행 가자.” 남편에게 졸라대자, 예상대로 돌아온 대답은 “그럴 돈이 어딨어”였다.


환경 공무직에 합격했을 때, 우리는 그 월급이면 허덕대던 삶과 작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외벌이 초보 청소부에게 주어지는 월급은 세 식구가 겨우 한 달을 버틸 수준이었다. 그래도 매년 조금씩 오르는 월급을 십 년만 모으면 나쁘지 않다기에, 남편은 그 십 년 후를 바라보며 오늘을 버티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갈린다.

남편은 “미래를 위해 허리띠를 조르자”는 쪽, 나는 “오늘 누릴 수 있는 건 누리자”는 쪽.

그는 “욜로 하다 골로 간다”고 말하고, 나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맞선다. 결혼한 지 십여 년이 지나도 ‘무엇이 삶을 제대로 누리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없다.


그런데 이번엔 남편도 흔들린 모양이다. “그럼 가까운데 잠깐 다녀올까?” 슬쩍 꼬리를 내린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고른 곳은 캠핑. 집에서 멀지 않은 글램핑장을 예약했다. 커다란 캐리어에 옷과 먹을거리를 챙기고, 마트에 들러 삼겹살과 고구마,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살짝 얼린 캔맥주를 아이스박스에 담았다.

조금 늦게 도착한 해 질 녘, 강아지들을 풀어두고 별빛 아래 모여 앉았다. 숯불에 구운 고기를 씹는 맛은 최근 먹은 것 중 단연 최고다. 맥주 한 모금에 마음이 풀리고, 대화는 서로를 위로하는 말로 마무리된다.


곁에서 졸고 있는 아이, 고기 한 점을 기다리며 목을 빼고 있는 봉선이와 깨비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삶을 누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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