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슈퍼태풍 ‘힌남노’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역대급, 초강력, 유사 이래…
붙일 수 있는 걱정스러운 단어들은 모조리 따라붙는다.
그 괴력의 태풍 속에서도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또 누군가는 그 쓰레기를 치우러 간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깊은 밤.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머무르라”는
뉴스와 재난 문자가 반복되는 이 시간,
남편이 출근했다.
저녁 여섯 시.
“출근 시간 좀 조절 못 해?”
내 물음에 남편은 헛웃음을 짓는다.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청소부가 무슨 힘이 있어.”
원래 새벽 2시 반 출근이 자정으로 당겨졌지만,
저녁부터 내리꽂는 비는 앞당긴 시간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우비도 방수화도, 이 밤의 폭우 앞에서는 한없이 무력하다.
저녁 아홉 시.
남편은 일찍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문 앞에 아이가 두 손을 모은 채 서서 중얼거린다.
“아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주문 외우는 중이야.”
그런 아이의 말에 괜찮을 거라는 말조차 선뜻 나오지 않는다.
잔소리를 곁들여 아이를 방으로 보냈지만,
기도하던 아이의 모습이 내 마음도 무겁고도 아리게 만든다.
밤 열 시.
잠든 줄 알았던 남편이 방문을 열고 나온다.
아이와 내가 옥신각신하는 소리에 잠이 깬 줄 알고 미안해하니
“잠이 안 와서 나왔어.”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남편은 아이 곁에 누워 등을 토닥인다.
“아빠 가지 마. 오늘은 그냥 자.”
애교 섞인 투정에 남편은
“아빠가 안 가면, 쓰레기들이 태풍에 온 동네를 떠다닐 수도 있어.
그래서 꼭 가야 해.”
아이의 칭얼거림은 이내 아빠의 손길에 녹아들고,
그렇게 둘은 잠 속으로 가라앉는다.
밤 열한 시.
빗줄기가 더 거칠어진다.
베란다 창문을 꼭 닫고
남편을 위해 뜨끈한 국을 끓인다.
국 한 그릇에 남편의 얼굴이 조금 풀어진다.
잠시나마, 속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며.
자정.
형광 모자와 안전조끼,
물과 커피를 챙긴 가방을 둘러멘 남편이
현관을 나선다.
“조심히 다녀와.”
빗속으로 젖어드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또 한 번 당부한다.
슈퍼태풍이 몰아쳐도,
세상의 누군가는 일터로 향한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진 현관 앞,
창문을 흔드는 빗소리만이 나를 대신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