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는 마음은 시차가 없다

by 수미

새벽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현관문을 닫으려는데,

자동으로 잘 닫히던 문이 이상하게 움직이질 않는다.

밤새 문을 열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일을 어쩐다 싶어 문 앞에서 씨름을 하는데,

멀리서 발소리가 들린다.

한 밤중에 우리 집을 찾을 이는 없다.

온몸에 털이 곤두선다.

그 순간, 문이 ‘확’ 열어젖혀진다.

남편이다.

휴대폰을 깜빡 두고 간 남편이 가던 길을 돌려 다시 온 것이다.

콩알만큼 작아졌던 심장이 겨우 뛰기 시작한다.

남편은 고장 난 현관문을 이리저리 만지다 간신히 잠근다.

잠자리에 다시 들어가야 하지만,

온 신경을 현관문에 쏟은 탓에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러다 날밤 새겠구나 싶다.

아이 옆에 누워본다.

아이의 쌔근쌔근한 숨소리에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륵 풀린다.

그렇게 나도 잠에 빠진다.

얼마나 잤을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다.

악몽을 꿨단다.

괴물이 자신을 쫓아오는데 너무 무서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고.

안아달라며 내 품에 파고든다.

“키 크려고 그런 꿈 꾸는 거야.”

아이를 다독이며 웃어보지만,

마음은 영 편치 않다.

알 수 없는 불안이 밀려온다.

갑자기 남편이 떠오른다.

전화를 걸까 고민하다,

지금은 한창 일하는 시간이라 전화해도 받기 힘들듯해

그저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오늘도 무탈하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신에게 기도드린다.

아이도 다시 잠이 들고,

창틈 사이로 빛이 들어올 무렵

나의 눈도 슬며시 감긴다.

현관문 여는 소리.

밤새 일하고 돌아온 남편이다.

녹초가 되어 들어온 남편에게

밤새 있었던 일을 쏟아낸다.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남편의 대답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사실, 오늘 큰일 날 뻔했어.”

음식물 쓰레기가 섞인 종량제 봉투 때문에

‘짬’이 심하게 튀었다고 한다.

(※ ‘짬’은 음식물 쓰레기가 청소차 압착기에 들어가며 튀는 국물이다.)

잠시 차량에서 내려 뒷정리를 하던 중,

노후한 청소차의 압착기 덮개가 갑자기 확 열리는 바람에

차 뒤에 매달려 있던 남편이

문짝에 받쳐 공중으로 튕겨 날아갈 뻔했다는 것이다.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지.

그 자리에서 땅에 처박혔다면…

살아있지 못했을 수도 있어.”

남편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최근 들어 청소 차량이 자주 고장을 일으켰다더니,

덮개 정비까지는 미처 손이 닿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무실에 즉시 보고했고 차량은 정비소로 옮겨졌지만,

남편은 간담이 서늘했다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가족 간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직감이 오고 가는 듯하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사람끼리는

서로의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안도감이

시공간을 넘어 전달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안위를 염려하고

마음으로 기도하는 그 순간,

그 감정은 어쩌면 실제로 닿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새벽의 불안함도,

아이의 악몽도,

결코 우연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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