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작 부서진다... 마음까지

새콤달콤 탕후루

by 수미

화실 온 아이들이 쉬지 않고 외친다.

“탕! 탕!후르르르”

제 흥에 취한 한 아이는 벌떡 일어나 춤까지 춘다.

요즘 유행이라는 ‘탕후루 챌린지’라나.

온 국민 당 올리던 탕후루가 이제는 노래와 춤까지 접수한 모양이다.

아이들의 열정은 그야말로 ‘탕탕탕’ 폭발 중이다.

새콤달콤 과일 위에 설탕을 두껍게 코팅해놓았으니

얼마나 달달할까.


나 역시 그 맛에 혹해 긴 줄 끝에 서 본 적 있다.

아작아작 깨무는 순간 도파민이 폭발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내 팔보다 긴 꼬챙이에 설탕이 녹아 붙어 끈적이고

다 먹은 꼬챙이는 버릴 곳은 마땅치 않다.

겨우 발견한 쓰레기봉투 빈자리를 찾아 찔러 넣는다.

모두가 그렇게 꽃꽂이 하듯 내다버리니

쓰레기 봉투는 어느새 탕후루 꽂이로 뒤덮인 거대한 고슴도치가 되어 있다.

보기 그래도 “버렸으면 됐지” 싶어

입가 설탕 부스러기 닦으며 발길을 돌린다.


며칠 전 새벽, 그 고슴도치가 서방을 공격했다.

더워진 날씨에 얇은 장갑 끼고 일하던 남편은

어두운 새벽 쓰레기봉투를 들어 올리다

그 속에 숨어 있던 탕후루 꼬챙이에 손바닥을 찔렸다.


뾰족한 꼬지에 찔린 손바닥은 눈으로 보기엔 점하나 찍힌것같다.

하지만 살 속에 깊숙이 찔려버린 탓에

손을 펴기도 쥐기도 어렵다는데도

내 눈에 보기 그리 큰상처가 아닌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오늘 아이들 ‘탕후루 송’에 둘러싸인 순간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가 남편 손을 펼쳐보니

손바닥 한가운데 퍼런 멍이 채 가시지 않았다.


탕후루 꽂이가 남긴 점 하나

시커멓게 아물어 가는 그 자국을 보니 괜히 미안해진다.

소독약을 바르며 "이젠 괜찮다"고 말하는 남편

손바닥을 펴고 오므리는 그의 무해한 웃음이

그날의 내 무심함을 돌아보게 만든다.


입안 녹아내린 달콤함은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손바닥 위 남은 상처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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