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부족함을 크게 말하며 살지도 않는다.
남편도 벌고, 나도 벌고, 대출금을 갚으며 아이를 키우며 그날그날을 살아간다.
어느 집과 다르지 않게, 빠듯한 생활비를 계산하며 하루를 보내는, 특별할 것 없는 집이다.
입덧 때 자주 먹던 탓인지 아이는 지금도 딸기를 유난히 좋아한다.
한국에서 과일값은 그리 저렴하지 않다. 딸기도 예외는 아니다. 딸기를 산 날이면 나는 늘 몇 알만 집어 들고, 아이와 남편에게 먼저 건넨다. 어느 날 남편이 딸기를 사 왔다. 나는 습관처럼 몇 알만 먹고, 아이와 남편에게 챙겨주었다. 그러자 남편이 자기 몫을 나눠 내게 주었다. 서로 몇 알을 주고받는, 별것 아닌 장면, 그날의 장면을 글로 남겼다. 그리고 그렇게 끄적인 글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닿으리라 기대하지않았다.
남편의 동료들 대부분은 내가 글을 쓰는지 모른다. 남편 역시 친구들에게 내가 글을 쓴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과 함께 일하는 동료가 우연히 내 글을 읽었다고 했다. 그분은 내 글을 부인과 함께 읽었고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전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남편이 퇴근길에 딸기 두 통을 들고 왔다.
귀한 겨울 딸기, 우리가 오월의 딸기철에 사 먹던 것보다 훨씬 붉고 탐스러운 딸기였다. 어디서 난거냐고 묻자 내 글을 읽은 동료가 가족들과 함께 먹으라 건냈다고 했다. 웃음이 났고, 고마웠고, 그만큼 쑥스러웠다.
딸기 네 알의 마음을 적은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고, 그 마음은 딸기 두 통이 되어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사는 게 그리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하루 살이 걱정을 하고, 여전히 딸기는 자주 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장면들이 또 하루를 미소지으며 살게 한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글에 머물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을 거쳐 다시 돌아왔다.
나는 오늘도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딸기맛이 좋아서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건너오는지 잊지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