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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5. 2022

예외없이 당해버린2020년 2월

1장 낌새

  하늘길이 막혔다. 

사람들은 처음 겪는 일에 하나 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번져오던 코로나는 활기를 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집으로 숨어들었다.  


  2020년 1월 베트남살이 10년 만에 한국의 겨울을  찾았다. 일 년에 한 번 한국 나들이를 할 기회가 주어졌으나, 오랫동안 여름나라 베트남에 길들여진 나는  뜨거운 계절을 살아나갈 물건들을 구입하고, 익숙한  계절에 편하게 다니기 위해 6월의 마지막 즈음 한국 을 방문했다. 그러다 십 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문득  한국의 겨울이 그리웠다.  우연히 찾아간 베트남 놀이공원 속, 조악하게 지어진  겨울체험 공간의 사방에 꽝꽝 언 얼음을 보고 난 아이는 하늘에서 내리는 진짜 눈을 원하며, 차가운 칼바 람에 살이 쪼이는 느낌이 무엇인지 수시로 물었다. 아이의 질문이 많아질수록 말로 설명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 사시사철 햇볕 아래 드러 내던 팔다리를 감싸고, 장롱 속 묵혀 둔 습기 먹은 겨울옷을 꺼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의 겨울로 향했다.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해 강원도를 택했 다. 눈발로 시야 가린 대관령 고갯길을 발끝까지 긴장하며 넘는 통에 오랜만에 맛나게 먹은 한국 음식들을 도로 뱉어내기도 했다. 아이는 이런 엄마, 아빠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내리는 눈뭉치에 입이  벌어져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몰아치는 겨울 파도  앞의 온돌방 숙소는 겨울바람 온전히 맞은 우리 몸을  녹이기 최고였으며, 맛집에서 파는 뜨끈뜨끈한 국수  한 그릇은 어느 순간 바닥을 보일 만큼 맛났다. 


  딱 여기까지, 

그리고 우리는 마스크를 구하러 다녔다. 약국에 동나기 시작한 손소독제와 마스크, 물어물어 찾아간 마트  구석의 천 마스크 몇 장에 마음을 놓이고 고개를 들어보니 지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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