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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04. 2022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2장 부정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한다.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을 가졌을 때 어떤 꿈을 꾸었는지, 당신이 태어난 곳은 어디인지, 당신이 태어날 때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당신의 부모님들 은 당신을 어여삐 여기셨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 건지.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당신의 유년기는 어땠는지, 아무 말 없이 떠돌다 어느 순간 주검으로 돌아왔다던 당신의 아버지 이름은 무엇인지, 못 쓸 아버지이지만 남길 고은 추억은 있는건지, 지금도 배움에 목말라 있는 당신인데 왜 그 흔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해 마음속 한으로 남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예쁜 글씨체와 눈에 띄 는 그림 실력, 맛깔나는 손맛으로 당신 자식들을 그리  올곱게 키웠는지.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당신의 십 대는 어땠는지, 남들 교복 입고 머리 땋고  책 속에 살던 그때 당신은 어디서 하루를 연명할까  눈칫밥에 매질을 견디며 지냈을지. 그 험난한 삶에서도 어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동기간과 어찌 같이 지냈는지,  황망하게 떠나보낸 동기 지간 잃은 마음, 혼자 어찌  다독이고 쓸어내렸는지, 그 모진 풍지 편파 견뎌 생존자가 된 당신의 삶을 나는 꼭 들어야 한다.  


어쩌면 당신은 수도 없이 내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었다는 것을, 그저 내가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닫았다는 것을 말이다. 상처받고 아픈 당신의 이야기 를 담아 줄 나의 공간을 조금 더 일찍 내어 주었으면  되었을 것을, 뭐가 그리 바쁜 척 귀를 닫고, 고개를 돌 려 당신의 입을 수도 없이 막아버렸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질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알 아차린다. 언젠가 당신이 떠난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그저 먼 시간의 일인 줄만 알았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꼭 들어야 한다. 

그러니... 제발 나를 기다려줘.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러 간다. 

제발 철없고 한심한 나를 기다려 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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