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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04. 2022

새벽녘 울리는 전화 소리는   더 이상 반갑지 않다.

2장 부정

  서늘한 정적을 꿰뚫고 내 귀에 꽂히는 전화벨 소리는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그런 전화벨이 새벽에 울린다.  


  이미 나는 호사스러운 향기에 색마저도 귀티나는  장미차 한 사발로 새벽을 누리고 있다. 나만의 고요 함을 깨는 전화는 주말부부로 지내는 숙소에 있을 남 편의 전화이다. 마누라가 보낸 문자에도 드문드문 대 답하는 무뚝뚝한 남편이 이 새벽 살갑게 전화를 한다.  


 완벽했던 나의 새벽이 불안해진다. 전화를 든다. 남편의 목소리는 흐느낌이 지난 파리한 떨림의 목소리다. 놀라지 말라는 그의 말은 내 마음을 더 내려앉게 한다. 


 엄마가 아프다. 우리 엄마가 아프다. 며칠 전부터 전화 오지 않는 엄마가 수상하긴 하다. 잔소리를 늘어놓 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며칠 동 안 듣지 못했다. 언니는 엄마 집 인터넷이 고장 나 연 락이 되지 않는 거니 며칠 있어 보란 말을 했던 터, 이 제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엄마는 얼마 전부터 아파 병원 신세를 지고, 이젠 내게 알릴만큼의 상태가 된 것 이다.  


 베트남살이인 나는 당장에라도 비행기를 잡아타고  우리 엄마를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러질 못한다. 이젠  당장 보러 갈 수 없다. 코로나 검사에 격리에 그리고  다시 이 나라로 돌아올 수 있는 비행기까지 ..... 당장  달려가 비행기를 타고, 엄마 있는 곳에 가고 싶다. 하 지만 그럴 수 없다. 코로나로 하늘길 열고 가는 일이  쉽지 않은 지금 우리 엄마가 아프다.


새벽녘 울리는 전화벨이 싫다.

새벽녘 울리는 전화벨은  무너짐만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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