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겨울
새해부터 시작된 남편의 첫 출근은 설레는 마음도 얼어버릴 만큼 매서운 칼바람만 불어친다. 종일 바깥바람 쐬며 일해야 하는 직업이니만큼 계절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 사계절의 다채로움을 누릴 수 있는 멋진 날씨를 가진 우리나라이나 바깥일 하는 사람에겐 겨울에는 칼바람을, 여름에 지지는 듯 작열하는 태양과 맞서야 한다.
구청에서 제공되는 안전조끼와 방한용 안전 재킷, 안전화, 모자 등을 챙겨 입고 첫 길거리 청소를 나섰다. 생 초보 청소부인 남편은 이미 수년을 해온 베테랑 선배와 한 조가 되어 북적대는 시내 한복판을 이른 아침부터 쓸기 시작했다. 첫 출근이라는 긴장감에 날이 찬지 따뜻한지 느낄 여유도 없이 일하다 점점 얼어가는 듯한 손끝과 발끝에 움직임이 영 시원치 않아지는 남편에게, 선배가 권한 뜨끈한 커피 한 잔은 초보 청소부의 긴장한 마음과 얼어가는 몸을 녹이기 금상첨화였다. 칼바람과 맞서 일을 하려면 이런저런 방한용 장비를 더 준비하라는 베테랑 선배의 조언 후 남편의 폭풍 쇼핑이 시작되었다. 너무 두껍지 않으나 털이 있고, 고무 코팅이 되어있는 장갑, 귀마개, 방한용 양말, 털 달린 작업화, 넥워머, 손 난로, 두터운 바지, 발열내복 등등 초보 청소부의 온몸을 감쌀 겨울 맞설 장비 구입을 마침내 끝냈다.
출퇴근길이라도 따뜻하게 다니길 바라는 마음에 차를 이용하는 게 어떠냐 물으니, 이곳저곳 이동하며 청소하기에 주차하기 불편한 차보다는 기동성 좋은 자전거가 제격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남편 말에 괜히 안쓰러워, 내 언젠가 선물한다 장담했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하루빨리 사주겠노라 큰소리친다. 할리 타는 청소부 멋있겠다며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는 남편의 손등이 허옇게 갈라져 있다. 장갑을 두 개나 끼고 일을 했건만 긴 시간 바깥바람에 맞서다 보니 장갑을 뚫고 들어온 찬바람에 손등이 거북이 등짝처럼 거칠어져 있다. 싸구려 로션을 손등에 듬뿍 짜고 문질 물질해 준 뒤 비닐장갑을 끼고 있어 보라 한다. 몇 분 그러고 있는듯하더니 답답하다며 비닐장갑을 훌렁 벗어재끼는 모습에 괜히 신경질이 나 마누라 말은 죽어라 안 듣는다며 역정을 낸다. 속상해하는 내 속내를 알았는지, 괜찮다며 할만하니 걱정마라 등을 두드린다.
갱년기가 시작되었나 이놈의 눈물은 시도 때도 없이 터진다.
봄날아 오너라. 우리 서방 보드라운 손등 갖는 봄날아 부디 어서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