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작업 중 가장 쉬운 영역이라 여겨, 일이 서툰 신입들에게 맡겨지는 두 달간의 거리청소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배정된 구역을 빗자루로 쓸어내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노동의 반복이라 여겼건만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한다는 것에는 늘 그렇듯 확연한 차이가 있다. 특히 번잡한 도시 한복판을 쓸어내려 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상상초월의 쓰레기들은 초보 청소부의 눈을 돌아가게 만든다.
명함!
요 도톰하고 작은 종이가 말썽이다. 시멘트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각종 대출과 클럽 명함들은 수없이 비질을 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든 시절, 무담보 대출이라는 알 수 없는 출처의 명함들과 이에 반하는 유흥의 세계로 안내하는 명함들이 넘쳐나는 시내의 거리 바닥은, 새벽이면 이슬까지 먹은 명함을 꾹꾹 밟고 다닌 덕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한다. 일일이 손으로 줍고 다닐 수도 없어 애만 쓰고 있는 남편을 보고 선배는 빗자루 모서리로 툭 치며, 날리듯 쓸어보라 알려준다. 빗자루에 반동을 주어 툭 치니 그제야 쓰레받기 안으로 쏙 들어가는 기술을 익혔다며 좋아하는 남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클럽 칵테일 비닐봉지!
요즘 핫하다는 이놈이 복병이다. 코로나로 인해 술집들 영업시간 제한이 있기에 가게 문이 닫힌 후 길거리에서도 마실 수 있게 만든 봉지 칵테일이라는데, 전봇대마다 수북이 쌓인 이놈의 봉지들은 알코올과 달달한 설탕물의 잔해로 끈적하고 축축하게 들러붙어 거의 뜯어내듯 쓸고, 손으로 하나하나 주워서 치워야 한다. 더군다나 칵테일을 담은 봉지이기에 그 두께도 만만치 않다. 이물질이 묻은 칵테일 봉지들은 재활용도 되지 않기에 그대로 매립지로 향하게 되는데, 그렇게 땅속에 묻혀 도대체 몇십, 몇백만 년을 미라처럼 버티고 있을지도 모른다 했다. 클럽 근처도 안 가는 아줌마인지라 남편이 아무리 설명해도 어떻게 생긴 놈인지 상상이 가질 않아 인터넷에 검색해 찾아본 봉지 칵테일 리뷰는 남편의 애타는 심정과는 전혀 다른 신세계, 핫한 아이템, 요즘 클럽 문화,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증샷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남편의 염려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봉지 칵테일 사랑, 당신이 한순간 즐기기 위해 사용 후 거리에 내팽개친 칵테일 봉지는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일로, 지구의 숨구멍을 막는 돌이킬 수 없는 쓰레기로 남을 뿐이다.
담배꽁초!
하얀 골목길, 눈이 온 줄 알았다. 번화가 뒤 골목길은 아이와 줍는 동네 담배꽁초들과는 차원이 다른 풍경이다. 작은 골목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허연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피우는 그들의 발아래는 하얀 담배꽁초 눈이 내렸다. 아이와 길을 가다 그 장면을 보았다. 청소부 아저씨는 그들이 피우는 담배꽁초를 쓸고 그 옆에서 어떤 이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꽁초를 땅에 내리꽂는다. 그 장면을 아이가 보았다. 아이가 묻는다. 우리 아빠도 저렇게 일하냐고, 나는 아마 그럴 거라 했다. 청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담배꽁초를 바로 버리냐며 아이는 분을 삭이지 못한다. 어른이 되어도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못지며,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는 말밖에 해 줄 말이 없다. 아이는 아빠는 권투를 잘하니 저런 사람은 다 때려주라 말할 거라 한다. 나는 웃으며 그러자 했다. 화난 아이에게 도덕적인 이야기를 할 마음은 없다.
주말 아이와 함께 담배꽁초를 주우러 동네 주변을 다녔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선한 일은 원래 전염이 빨라. 우리가 다른 분이 하는 선한 행동을 보고 따라 했듯이, 다른 이들도 우릴 보고 함께 할 수도 있어. 아마 지난번 보았던 담배꽁초를 막 버리던 아저씨도 언젠가는 바뀔 거야. 우리가 조금씩 바뀌듯이 말이야. " 나의 이야기를 듣던 아니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 엄마! 그렇게 되면 아빠가 일하러 가서 청소할게 없어 더 일찍 퇴근할 수도 있겠다. 그치!" 라며 신이 나 키득 된다. 아이의 소원이 가능한 일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