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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0. 2022

얼마나 두려울지 짐작한다는 건   거짓말일 게다

2장 부정

자신의 목숨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도 멀쩡히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곁을 지키는  이가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괜찮을 거라는, 마음을 안 정시켜보자는, 신을 믿어보자는 시답지 않은 말들만  뱉는 일이 다이다.  


엄마에게 남은 시간이 두 달이라는 믿기지 않을 이 야기를 들은 것이 새해였다. 그러고도 용케 버텨준 그 녀에게 기적이 일어나나 싶다가도 이리저리 꽂힌 바늘과 관을 타고 들어오는 약기운에 축 처진 목소리라도 듣는 날이면, 화면 너머 저 모습이 마지막이 될까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잠시 효과가 있는 듯해  희망 갖던 약은 야속하게도, 금세 내성이 생겨 더 이상 몸속의 나쁜균들을 없애지 못하기에,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더 모진 약을 써서 치열하게 싸워보느냐, 그 저 고통만 줄여보는 정도의 약을 쓰며 보내드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귀로에서 자식 셋은 아무 선택도  할 수 없이 우왕좌왕하기만 한다.   


무작정 시간만 보낼 수 없다는 의사의 다그침에 엄마의 삶임을 인정하고, 남은 당신의 인생에 어떤 길을  원하냐는 물음에 몸이 힘들고 부작용이 있더라도 모질게 한 번 싸워 십 년만 더 살아 보겠다는 말에 그저  알았노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자식들이다. 할 수 있다. 괜찮다. 병실에 나와 같은 사람들 수두룩 이다. 이것보다 더한 것도 견뎠다며 억지웃음 짓는 얼 굴에서, 멀리 있는 자식 마음 상할까 오히려 나를 달래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다. 눈물 보 터질까 이제 끊어라 하며, 귀찮다는 듯 급히 끊은 전화의  빈 화면을 나는 한동안 바라보고만 있다.  


다시 시작된, 더 독하고 모진 약들과 싸우기 시작한  그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기는 일이 고작이다. 양팔 수없이 찔러대어 부풀어  터진 피부에, 한가득 링거 줄들을 달고 있던 지친 모습에, 바다 건너 사는 나는 이렇게 밤새 침대에 드러 누워 뒤척 뒤척함이 다이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는지, 이렇게 사는 게 옳은 일인지. 침대 밑을 파고드는 천근같은 무기력에  한숨만 내쉬게 되는 오늘...  부디 그저 지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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