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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0. 2022

영상 통화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2장 부정

엄마의 얼굴을 또렷이 보는 시간도 늘어난다. 건성으 로 보았던 엄마의 얼굴에서 보이지 않던 주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기억의 엄마는 곱게 화장한, 나이 보다는 몇 년은 더 젊어 보이며, 탱탱하게 만 윤기 있는 머리컬 은 아무리 보아도 영원히 내 곁에 예쁜 엄마로 남을듯했다. 


엄마와의 영상통화는 꺼져가는 촛불을 눈앞에 두고  바라보는 것만 같다. 어두운 내 방에 촛불이 꺼져버린 다면 내 눈은 한동안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리저리 헤맬지도 모르겠다.  어제 영상통화속 엄마의 깊숙이 팬 듯한 목주름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그 선이 뭐냐고  물었다. 내뱉고 나니 괜한 말 했다 싶어, 내가 잘못 본  거라고 둘러대긴 했으나 엄마는 통화 내내 목주름을  쓸어내리고 계셨다. 아픈 와중에도 매번 곱디고운 스 카프를 찾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거실 중앙 자리 잡은 그림이 있다. 외할머니를 보내고 헛헛한 마음 달래려 물 건너 하늘길로 찾아온 딸 애 집, 마음 편히 지내러 왔건만, 오히려 딸년 혼자 타국에서 마음고생하는 게 안타까워 차마 돌아가지 못하고 일 년 넘게 손녀를 돌봐주셨다. 딸년 인생 즐기라며 말도 통하지 않는 이 땅에서 두 살짜리 손녀 치 다꺼리 자처하셨다. 


생판 모르는 땅에서 손녀가 잠든  시간 멍하니 있는 게 심심하셨던지 내가 사둔 퍼즐  그림을 며칠 공들여 맞추었던 엄마.  창가 우아한 여인이 따뜻한 햇살 한가득 받으며, 책  한 권 펼쳐읽는 금빛 가득한 평온했던 그 그림. 하지 만 엄마의 병환을 알고 난 이후부터 그 그림은 제게  그리움과 두려움을 부른다. 색 비슷한 작은 조각 신중 히 맞춰보던 엄마, 며칠 지나 완성한 후 함께 찾아 헤 맸던 액자 집, 겨우 찾아낸 액자 집에서 황금빛 액자에 고급스레 어우러진 엄마의 퍼즐 그림, 그림은 기억을 불러와 그 시간으로 돌아가길 사무치게 바란다. 이 후 찾아오는 막연한 두려움은 언젠가 맞게 될 엄마의  부재 시 바라볼 저 그림을 서럽게 만들기만 한다. 


적막을 깨는 소리. 툭... 퍽... 쩍... 6년째 튼튼히 그 자리에 걸려있던, 그림이 바닥에 떨어졌다. 내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는다. 액자의 유리는 산산 조각이 나 그림 퍼즐 사이사이 끼여 어째 손 써야 할지 난감하다. 그림의 스토리를 아는 남편이 달려와 도와주려 한다. 이젠 버려야 한다며, 여기저기  널브러진 유리조각들을 쓸어 담는다. 처음 알았다.  늘 걸려있던 그림은 분명 금빛 가득한 우아한 여인이 었는데, 이렇게 빛이 바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였단걸 말이다.  나는 아마 그림이 있던 벽을 한동안 바라볼듯하다. 금세 다른 그림으로 채우기 보다, 빈 공간을 바라보겠다. 그리고 영상통화속 엄마 얼굴을 더욱더 자세히 볼  것이다. 내 기억에 오류가 일어나지 않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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