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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0. 2022

엘리사벳을 위하여

2장 부정

염려하는 가족과 친구와 치료하는 의사, 간호사에게 도 은총과 축복을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병자를 위한 기도와 병자 앞에서의 기도, 새벽 루틴이 추가되리라 예상 못 했건만,  갑자기 날아든 엄마의 병환과 바로 찾아뵙지 못하고  발목 묶인 코로나라는 시국이 죄스럽고 원망스럽기만 했다. 심란한 마음을 진정하고 엄마를 위해 무언 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새벽 기도가 루틴이  되어버린지 4개월이 넘었다.  두 달을 기약했던 엄마의 병환은 기적처럼 또는 엄마의 살겠다는 투지로 다행히 급한 불은 껐지만, 수도  없이 진행되는 검사들과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들은  엄마에게 고통이라는 건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될 일 이다.  


어제 몇 번의 항암 치료를 마친 엄마의 골수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병이 발발했을 때 골수검사를 해 본  엄마는 그 고통이 어떤지 알기에 다시 골수검사를 한 다는 말에 앞에서는 두려움을 감추려 괜찮다 하셨지만 바로 엄마 옆에서 간호하는 언니의 말로는 많이  불안해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멀리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다. 마음이 심란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주체 안되는 마음에 오전 스케줄을 취소해버렸다. 집 근처 공원을 찾아가 엄마가 검사받는 시간 동안 걷기만 했다. 


오후가 되어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검사는 끝났고 엄마는 잘  견뎠다고 했다. 한숨을 돌렸다. 이후 쏟아지는 언니의  욕바가지, 바로 엄마에게 골수검사를 한 의사의 욕이 었다. 한 번도 힘든 골수검사 바늘을 잘못 찔러 세 번 이나 엄마 등에 찔렀다는 것이다. 베테랑 의사가 옆 에 있었지만 그는 말로 지시를 하고 초보 의사가 수 련을 위해 시도하는 듯 보였다고 한다. 엄마는 계속해  찌르기만 하는 고통을 참기 힘들어 의사에게 안 아프 니 세게 한 번에 끝내 달라고 말한 뒤 검사는 끝났다 고 한다. 언니는 후에 괴로워하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마루타냐며 초보의사 욕을 내게 퍼부으며, 화를 삭 이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와 직접 통화를 했다. 부은 얼굴과 가라앉은 목 소리로 누워있던 엄마는 화면에 내가 비치자 활짝 웃 어 보였다. 또 괜찮단다. 나는 초보의사 욕을 쏟아냈 다. "나쁜 새끼 지 등 짝 그렇게 찔러보자 하지!.. 엄 마 너무 아프다고 소리 꽥 지르지 왜 참았어!" 등등,  흥분을 참지 못하는 내게 엄마는 말한다. "의사가 처음이니까 어설프지, 그 사람도 연습해야  다른 환자 잘 보겠지, 의사선생님도 계속 미안해했어. 엄마 아플까 봐 살살하다 제대로 못한 거라 괜찮 아. 친절한 의사선생님이야. 그런 선생님이 좋은 의사 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나는 화를 누그러뜨리고 엄마와 일상을 이야기한다. 애는 어디 갔고 서방은 일하고  나는 오늘 어떤 어떤 하루를 보냈다고, 그리고 사랑한 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새벽 기도를 한다. 오늘 기도는 어제와는 다르다. 엄마의 병환이 조금이 나마 호전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덧붙여 마지막 부분 의 기도에도 힘을 준다. 치료하는 의사, 간호사에게도 은총과 축복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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