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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0. 2022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장 부정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내 마음속  영화 중 손에 꼽는 영화이다. 브래드 피트의 핸섬함과  믿고 보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출연만으로도 기억 에 남을 영화이거니와 시간을 역행할 수 없는 인간이 라면 누구나 공감되는 스토리에 푹 빠져 엉덩이 들썩 거릴 틈도 없이 빠져 보았다.


아들을 끔찍이 여기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지인 이있다 그녀는 남동생과 엄마를 남다르게 사랑하는  세 명의 시누이가 있다. 이 조건으로 지인의 삶이 어 떠리라고는 대충 짐작 갈 것이다. 시어머니가 아프다.  세 시누이는 지인에게 자신의 엄마를 잘 챙기라 돌아 가면 연락한다. 하지만 정작 모시지는 않는다. 한두  번은 모셔가더니 슬슬 꽁무니를 뺀다. 다행히 요즘은  지인에게 고생 많다는 말은 한다. 그러나 정작 모시지  않으려 눈치만 본다. 지인의 시어머니는 덩치가 크다.  그리고 치매가 시작되었다. 기저귀를 바닥에 널어놓 고 배가 부르게 먹은 끼니도 잊어버리고 밥을 굶었다  한다. 지인은 힘들어한다. 그러면서 딸들에게도 외면 받는 신세가 된 시어머니가 불쌍하기도 하다 한다.


엄마가 아프다. 언니와 남동생이 엄마를 돌본다. 엄마에게는 며느리가 있다. 하지만 남의 집 딸에게 신세  지기 싫다며 생사가 넘나드는 항암투병을 하고도 그  집에 가지 않으신다. 워낙 깔끔한 며느리인지라 아프고 냄새나는 자신이 그 집에 가는 게 미안하다 하신다. 엄마는 나이 들고 아픈 사람 좋아할 사람 없다며  그렇게 누구에게도 신세 지지 않으려 홀로 버티고 계신다.


아버지는 손녀가 자신을 안으려 하면, 나이 들어 할아버지 몸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날 거라며 먼저 미안해하신다. 아이들이 자신의 냄새를 역해할까 우리 가 가는 날에는 다른 날보다 일찍이 일어나 동네 목 욕탕을 다녀오신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 에게는 늘 목욕탕 냄새가 난다.


문득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그리고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면 참 좋겠 다는 마음이다. 아기처럼 작고 몸에서 몽실몽실한 냄 새를 뿜는 노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그저 귀엽고, 어디 생채기 나면 모두가  마음 가는 그런 아기 말이다. 생명이 태어남은 그 자체로 경이롭기에 양수에 절어 쭈글쭈글한 피부는 금방 펴지지 않고, 몸에 저승꽃은 피고, 대소변 못 가 는 아무리 씻어도 알 수 없는 삶의 냄새 찌든 노인으로 태어남은 어찌 보면 누구에게나 사랑스럽게 받아 들여질 수 있을듯하다. 시간을 거스르며 점점 불타오르는 젊음을 누리다 다시 몸이 작아져 누군가의 품에  포옥 안겨 생을 마감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늙는다는 게 조금은 덜 서글프고 조금은 덜 억울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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