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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0. 2022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2장 부정

엄마는 어린 딸이 화장하는 모습이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이 화장할 때 옆에 붙어 바라보면 못  볼 걸 본 마냥 저리 가라 내치던 양반이 내가 화장하니 구멍 날 듯 쳐다보고 있다. 

 "아 휴, 화장하는데 왜 그리 빤히 봐! 엄마도 엄마 화 장할 때 쳐다보지 말라며!" 

신경질 부리는 내게  "와! 우리 딸 화장 잘하네. 나도 너처럼 눈에 그 색 아 이섀도 발라줘 봐 봐."라며 자신의 얼굴을 내민다.   


엄마는 아마 내가 바르고 있던 아이새도우 색깔이  마음에 드셨나 보다. 바쁜데 별거 다 시킨다 투덜대며  엄마를 내 앞에 앉혔다. 못마땅한 얼굴로 화장 솔에  산호색을 묻혀 엄마의 눈 두덩이에 발랐다. 이상하다.  내 눈 두덩이에 바를 때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나가던  화장 솔이 엄마 눈가에서는 계속 밀리고 뭉친다. 엄마의 쳐지고 주름진 살들은 이십 대의 나의 살상과 확연히 달랐다. 까치발처럼 갈라지는 주름 사이로 아이 섀도 가루가 자꾸 끼어든다. 


오랜 세월 속 넓어질 대 로 넓어진 모공, 퍼석한 엄마의 피부를 확인하는 순간  내 입에서는 더 이상의 투덜거림은 나오지 못한다. 마음먹고 해 본 화장에 산홋빛 아이새도우가 짜글한  주름 안으로 파고든다. 내 곱던 화장을 부러운 듯 바 라보던 엄마 눈빛이 떠오른다. 우리 엄마. 곱디고왔을 우리 엄마.  지금 내 모습은 그날의 엄마를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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