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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5. 2022

청소의 발견

박규빈 글, 그림/다림

의자 위 가득한 옷 무덤, 바닥을 걸을 때마다 치이는 종이 조각들,

 몸이 빠져나온 허물처럼 말려있는 침대 위 이불

십대가 된 아이에게 스스로 방 청소를 하라고 한 일은 너무 큰 기대인걸까?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져 참지 못할 지경이 되면, 책 속 주인공처럼 스스로 치우게 될까?

극한의 더러움을 겪을 때까지 둬 보자 싶다가도 내 성질에 못 이겨 치워주고, 

또 치워주고 했건만 과연 해결책은 극한의 더러움에 도달할 때까지 두어야 하는 건가?

뉘 집 아이는 자기방을 다 치우고 엄마도 도와주네, 너는 뭐 하냐, 몸은 꾸미고 방은 안 치우냐며, 

잔소리 한바탕 늘어놓다 문득 내 어릴 적 어미가 쏟아내던 잔소리와 같음에 헛웃음만 난다.

입고 있던 옷 하나 제자리 걸어두면 칭찬하자.

신고 있던 양말 빨래통에 넣어두면 칭찬하자.

그림 그리다 널브러뜨린 크레파스 뚜껑이라도 닫아두면 칭찬하자.

그러다 보면, 치우겠지.

잔소리 듣던 내가, 내 새끼방 치우듯

언젠가는 치우겠지.

그림책 속 무지막지 어지르는 아이보며, 

너랑 똑같은 아이있다며 더 잔소리하게 만든 책 

<청소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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