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6. 2022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독일의 거리 간판을 닦는 거리의 청소부는 푸른색 작업복을 갖춰 입고, 자전거에 청소장비를 가득 실어 수백 년 이어온 음악가들의 영혼이 담긴 길거리 간판을 닦는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나 거리의 간판을 빛나게 하는 일이 자신의 천직이라 여기며 정성을 다하여 닦던 청소부는,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모자의 대화를 듣고 자신이 닦고 있던 간판의 음악가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함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배우기 시작한다.


간판 속 음악가들의 이름을 써보고, 그들의 음악을 찾아들으며, 그들의 글을 찾아읽었다. 종일 청소를 하고 천근처럼 내려앉는 지친 몸은 빛나게 닦았던 간판 속 음악가들의 선율로 보상을 받았다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림 가득한 음악에 취하듯 빠졌고, 글로 표현된 음악인 오페라 속 이야기에도 빠져들며 진작에 글을 읽지 않은 것 또한 후회하였다.


이제 그는 거리의 간판을 닦으며 자신이 아는 음악가의 이야기를 강의하듯 중얼된다. 음악은 그가 되고, 그는 음악이 되었으며, 그를 지켜보는 이들조차 거리의 청소부가 중얼대는 음악가들의 이야기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하나 둘 그가 청소하는 시간을 기다린다. 이제 그는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음악거리의 간판을 가장 진솔하게 닦는 행복한 청소부가 되었다.


차분하게 그려진 서정적인 그림처럼 그에 담긴 글 또한 한참을 생각하고 꾹꾹 눌러 쓴 듯하여

깊은숨 들이켜며 읽어내려간 <행복한 청소부>


오랫동안 해 오던 그림 그리기를 잠시 접고,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 온종일 책들에 둘러싸여 사는 요즘,

과연 이런 호사를 지금 이 나이에 누려도 되나 싶기도 해 불안한 마음 가득이던 찰나,

두 손 펼쳐 든 <행복한 청소부>의 한마디 한마디가 불안한 마음에 위로를 전한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때는 없다.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기 나쁜 때도 없다.

그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시작하는 지금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말해 준 책

<행복한 청소부>



작가의 이전글 청소의 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