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

2장 봄-1

by 수미

일어날까 말까 망설였다. 그냥 못 본 척 잘까도 싶었다. 칼바람 수그러든 삼월의 시작, 알아서 잘 챙겨 나가겠지 싶었다. 계속 누워있자니 등골이 쑤셨다. 사실은 마음이 쑤셨다. 환하게 켜진 형광등 불빛이 방문 사이로 새어들어 온다. 자는 걸 포기하고 늘어진 몸 일으킨다.


두 달의 적응 기간을 마친 남편은 정식으로 청소구역과 시간을 배정받았다. 초보 청소부들에게는 부여되는 새벽 청소를 맡은 남편의 출근시간은 새벽 1시 반, 이 시간에 출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아침 여덟시 남짓, 바로 청소의 꽃이라 불리는 새벽일이 시작되었다. 밤낮 바뀌는 생활이 걱정이긴 했으나, 새벽 기상만큼은 진즉부터 하고 있던 남편이라 못할 거 없다 큰소리는 치지만, 이건 새벽이라 이름 붙이기도 민망스러운 너무 이른 새벽이라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잠들기 전 출근 때 입을 옷들을 머리맡에 나열하고, 행여나 알람 소리 놓칠까 집에 있는 시계들을 출근시간에 맞추고, 이른 시간부터 잠자리에 들어보려 누웠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취침시간에 단박에 잠에 빠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는 듯, 깬 듯 뒤척이던 시간을 보내니 이내 알람이 울린다. 첫 정식 출근에 잔뜩 긴장한 남편은 찌뿌둥한 몸을 용수철 튕기듯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한다.


남편을 따라 몸을 일으킨다. 아직 매서운 바람 남아있는 삼월의 새벽, 일하다 마실 따뜻한 차 우려 보온병에 담아내고, 마스크 한 장 미리 꺼내 현관문 앞에 내어놓는 게 남편에게 내가 해 주는 전부다. 나머지는 그저 허겁지겁 출근 준비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일뿐이다. 현관문을 열고, 시커면 아파트 복도로 나서면, 고요하던 복도에 하나 둘 센서 등이 켜지며 남편의 발길을 밝혀준다. 현관문 빼꼼 열어 잘 다녀오라 지켜보는 내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고개 돌려 손 한번 들어 올려주는 남편이 애잔하기 그지없다.


남편의 모습이 사라지면 현관문 걸어 잠그고, 다시 포근한 이불로 쏙 기어들어간다. 쉬이 잠이 들지 않는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새벽 기상하는 시간이 다 되어서야 그만 단잠에 빠지고 말았다. 몇 년간 이어오던 새벽 기상을 못했다. 은근 속이 상하기도 하다. 아이의 등교 시간이 되고 남편이 돌아온다. 땀에 흠뻑 젖은 더러워진 옷을 현관에 벗어두고, 따뜻한 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고 나오는 남편의 모습이 개운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새벽 기상을 당분간을 그만두어야 할듯하다. 나만을 위한 고요한 시간을 누리기 보다, 우릴 위해 새벽을 나서는 남편의 모습을 챙기는 일이 더 중함을 남편의 미소에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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