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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전문가 김수미 Jun 27. 2017

2. 뷰티산업과 젠더 이슈

2017년 3월 원고, 6월 발행


여성이 소유한 화장품 기업을 찾기 힘든 아이러니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게 마케팅이 되는 시대


배우는 곳에 가면 여성이 많고

사업하는 곳에 가면 남성이 많다.



최근에 강의를 한 곳 4곳을 비교해 보면

화장품 상품기획을 배우는 곳은 26명 모두 여성

대학원에서 화장품마케팅을 수강하는 학생은 여성 6명  남성 1명

고벤처차이나포럼에서 진행한 특강의 수강생은 남성 46명 여성 4명

강소기업협회 화장품 포럼 창립식의 참여인원은 성 35명 여성 5명


배우는 곳 중 유일하게 남성이 많은 곳은 조찬포럼과 최고경영자 과정

 고벤처포럼 창업특강


최근 들어 여성이 CEO인 기업이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화장품을 주로 사용하는 건 여성인데 화장품 기업은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자체가 문제라고 인식이 될까?

내가 짐작하는 몇 가지 원인을 보자.

1. 여성의 문제

2. 구조의 문제

3. 문제가 아니다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융합대학원


나 역시 재직했던 화장품 회사의 유일한 여성 중역으로 재직 중이던 때,  10여 명의 간부 사원들과의 저녁 식사 중 부지불식간에 "김본부장은 여자라서 영업을 할 수가 없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10명이 넘는 남자들과 혼자서 하는 식사를 불편해 본 적은 없지만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그 순간이 생생하다. 아마도 그 전 회사의 대표님은 나에 대한 불편함을 여성에 대한 불편함으로 표현하려 했던 듯한데, 함께 했던 모든 직원들이 침묵으로 동조하는 걸 보며 처음으로 창립 멤버로 시작한 회사에 대한 불신이 마음속에서 올라왔다.


B2B 영업부서를 따로 조직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창업 초장기, 해외 업무와 함께 브랜드 개발과 B2B 거래를 겸직으로 하며 초기 회사의 성장과 매출을 담당해 왔기에 회사 설립 후 10년 동안은 "김본부장이 없었으면 회사가 부도났지"라는 말을 안팎으로 해오던 회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게 된 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던 시절에  누구라도 했으면 하던 일"을 이제는 "남자가 해야 한다"로 내게는 들렸다

강소기업협회 화장품포럼

 강소기업협회, 화장품포럼 특강


아마도 그때부터 퇴사 준비를 했던 것 같다. 15년을 다닌 회사이기도 했지만 창립멤버로서 또한 주주이기에 여러 가지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풀고 나오려면 퇴사하는데도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그전에 회사를 나오려 할 때 결국 나오지 못하고 발목을 잡았던 여러 가지 요인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내가 하는 일들을 보이지 않게 대부분 본부 직원들에게 위임하고 공격적으로 하던 업무 패턴을 바꾸고 업무를 정리하고 정비해 나갔다. 그전에 회사를 퇴직하려고 했을 때 주요 거래선과의 신규 브랜드 출시에 대한 기획안과 제안 건을 총괄할 인재가 없어 퇴사를 휴직으로 바꾸고, 다시 휴직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기에 두 번째는 걸림돌이 되는 걸 미리 방지했다. 


연세대학교 글로벌뷰티 최고위과정


그리고 하나 더 풀어야 하는 문제는 주식, 이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다. 회사를 정리하고자 마음먹었을 때는 모든 걸 깨끗하게 정리하자라는 맘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주식을 100% 처분하고 나오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문득, 초기 창립 시절부터 회사와 직원의 개념 없이 회사가 잘 되기만을 바라며 연리 12%의 이자를 내 가며 인수한 주식이기에 과연 지금 이 주식을 다 정리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와 결별할 때가 되어서 정리하지만 내가 구축한 비즈니스는 여전히 탄탄했고 해외 수출선도 확대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기에 나는 회사의 성장에 대한 의심은 없었다. 2012년 당시 K뷰티의 열풍은 이미 안팎으로 실감하고 있고 브랜드와 공장,  B2C와 B2B 시장 그리고 해외 파트너들을 확보한 회사는 K뷰티의 흐름을 잘 구축해 몇 가지 라인만 잘 구축을 하면 그 당시보다 10배 100배는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연세대학교 글로벌뷰티 최고위과정


그런 예측을 하고 있는 내가 모든 주식을 정리하면 과연 내 마음에 진심으로 그 회사의 성장과 성공을 기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내가 걸어온 길에 만난 누구라도 잘 되기를 기원해야 할진대 15년을 몸담은 회사에 진심 어린 응원을 하기 위해서는 주식 모두를 처분하는 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속 좁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확신에 주식을 반반으로 정리하자는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겼다.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때 창립 멤버로 시작한 회사이기에, 진심 그 이상으로 혹독하게 개인보다는 늘 회사의 입장이 먼저고 직원에 대한 배려보다는 회사의 존폐가 늘 먼저였다. 개인의 성장보다는 회사의 성장을 위해 불편함을 감추며 업무에 임해왔기에 더 애정이 가는 회사였다. 그러기에 지금도 진심으로 응원한다. 몇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파트너와의 상생을 위해 매진하는 진정성 있는 기업이기에 앞으로도 더 큰 발전을 이루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결국,  창립멤버로 15년을 다닌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게 한 건 "남녀 차별"을 직감하면서부터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분명한데 그러한 차별이 100%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그러한 차별을 느낄 수 없었던 건 창립 멤버이자 회사의 중역이었기에 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시험 성적을 채점하며 학생들의 답안지를 읽다가 문득 들춰낸 브런치,

지난 3월에 써 놓은 글을 발견하고 급 마무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펜이 아닌 자판을 두드리는 중이다.

회사 매장을 준비 중인 지금,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글로 정리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자체 판단이다.


또 문득 방문한 지인이, 퇴사 전에 인사를 드리러 왔다는 얘기가 이 글을 꺼내게 만든 것도 같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이래서 사람들이 대표님을 찾나 봐요 라는 얘기,

내가 20년 직장 생활을 하며 알 수 없었던 그 깨달음을 아낌없이 피력하기에 진심을 다 한 나의 외침이

그분께도 들렸나 보다. 


카이스트의 뇌공학 교수님께서 내신 30점짜리 시험문제의 단 한 단어짜리 답, 결국 세상의 모든 해답은 그곳에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나도 그들도 본질을 놓치고 헤매고 있음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후에야 알았기 때문에 최소한 내가 경험하고 깨달은 만큼이라도 알려주고 싶은 그 마음도 한 켠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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